미-중 전략경제대화 첫날 ‘뼈있는 연설’ 시주석, 신형대국관계 9차례 언급… 케리 “美, 중국 봉쇄할 의도 없다” 오바마는 “11월 APEC때 訪中… 양국 이견조정 나설 것” 성명
미국과 중국이 9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개막한 제6차 미중 전략경제대화(S&ED)에서 초반부터 ‘뼈 있는’ 연설을 주고받았다. 양측 모두 말로는 상호 존중과 협력의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사이버 해킹과 해양 영유권 분쟁 등을 둘러싸고 골이 깊어진 관계는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공교롭게도 전략경제대화 개막에 즈음해 미국 유력 언론이 중국의 전 세계 통신망 도·감청 의혹을 폭로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오전 9시 30분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열린 S&ED 개막연설에서 “중국과 미국은 문화전통 사회제도 경제발전 수준이 달라 이견과 마찰을 피하기 어렵지만 공동이익이 이견보다 크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양국이 대립하면 양국에도, 전 세계에도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자기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강요하지 말라(己所不欲 勿施於人)’는 논어 구절을 인용해 “양국은 각자가 선택한 발전 과정을 존중하고 자신의 의지와 발전양식을 상대에게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중 양국이 마찰보다는 서로를 포용할 여지가 많다”고 강조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연설에서 “우리(미국)는 아시아에 아주 큰 이익을 갖고 있다”며 “부상하는 힘(중국)과 기존의 힘(미국)은 모두에게 서로 손해가 되지 않는다”고 맞장구쳤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봉쇄할 의도가 없다. 양국은 평화와 번영, 협력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케리 장관은 “미국은 지역 안정과 발전에 기여하고 세계 현안에 책임 있는 역할을 하는 중국의 부상을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11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을 방문해 양국 간 이견 조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8일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과 관련해 “이미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지역 인프라 투자와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AIIB는 아직 존재하지 않으며 분명히 넘어야 할 문턱이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AIIB 설립에 공개적으로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기는 처음이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