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관세화 유예 종료’ 11일 공청회 관세화 또 유예땐 의무수입 늘어… 정부 “시장 안 열면 피해 더 커” 농민단체 “식량주권 지켜야… 9월 범국민 궐기대회 열것”
정부는 11일 국회에서 ‘쌀 관세화 유예 종료 대응에 관한 공청회’를 열고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이달 쌀 시장 개방 여부에 대한 입장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공청회에서는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는 대가로 쌀 의무수입량을 현재의 1.5∼2배(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추산)로 늘려야 할지 △수입쌀에 높은 관세를 매기는 대신 시장 개방(관세화)을 해야 할지 등을 놓고 토론을 벌이게 된다.
정부는 공청회 후 국회에 관련 사항을 보고하고 이달 공식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다. 그러나 입장 발표가 30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일부 농민단체는 현행대로 수입제한제도를 유지하자고 주장한다.
○ “쌀 시장 개방해도 수입량 급증 않을 것”
농식품부는 쌀 시장을 개방(관세화)해도 수입량이 급증하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시장을 여는 대신에 고율의 관세로 수입량을 조절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쌀을 관세화하면 의무수입물량(저관세)을 초과하는 수입쌀에는 높은 관세를 물려 가격을 높일 수 있다.
만약 한국이 관세화 유예를 연장하면 그 대가로 쌀 의무 수입량을 늘려야 한다. 한국과 함께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고 있던 필리핀은 2017년 6월까지 관세화를 추가로 유예받는 대가로 의무 수입량을 2.3배(연 35만 t→80만5000t)로 늘려야 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한국도 관세화 추가 유예 시 쌀 수입물량이 현재의 1.5∼2배로 늘어 국내 소비량의 12∼16%가 수입쌀로 채워지게 된다고 분석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1인당 쌀 소비가 사상 최저치이고 쌀이 과잉 공급되는 상황에서 쌀 의무수입량이 늘어나는 건 큰 부담”이라고 밝혔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관세화 유예 시 치러야 하는 대가가 크고 관세화를 유예받아도 한시적 조치이므로 규정상 결국 관세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쌀 시장 개방은 절대 불가”
전농 등은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해 시장 개방을 막아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농은 9일 국회에서 ‘쌀 개방 문제,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고, 정부가 쌀 관세화를 강행할 경우 9월에 범국민 궐기 대회를 전국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6월 30일 쌀 관세율 공개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전농과 일부 시민단체도 6월 28일 쌀 시장 개방 반대를 위한 집회를 여는 등 쌀 관세화가 정치 쟁점화할 조짐도 보인다.
박형대 전농 정책위원장은 “정부는 적극적으로 협상하지도 않고 자국 시장을 외국에 내주려고만 한다”며 “쌀 시장 개방 후 고율의 관세를 책정해도 향후 자유무역협정(FTA)이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에서 관세 인하 등 추가 개방 압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쌀 관세화 ::
김유영 abc@donga.com·박창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