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타전 팬서비스인 홈런레이스… 밸런스 무너질까봐 출전 꺼리기도 “프로는 한 경기에 영향 받아선 안돼…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면 된다” 흔들림 없는 이승엽이 남자 중 남자
경기 전 선수들의 타격 훈련을 유심히 본 팬들이라면 알 수 있겠지만 타자들은 대개 밀어 치는 훈련을 합니다. 공을 끝까지 보고 정확한 타격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밀어치기는 타격 훈련의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그런데 의식적으로 홈런을 치려면 더 많은 힘을 써야 합니다. 당연히 당겨치기가 유리합니다. 그냥 당겨 치는 정도가 아니라 극단적인 당겨치기가 나오기 십상입니다. 세게 친다고 꼭 홈런이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2006년 홈런레이스에서 이택근(넥센)은 단 1개의 홈런을 치고도 0개에 그친 양준혁(전 삼성)을 누르고 1위를 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타격 밸런스가 무너지기 쉽다는 겁니다.
이대호나 카브레라 급의 대선수들이 정말 큰 스윙 몇 번에 영향을 받는 걸까요. 타격 기술의 대가로 평가받는 박흥식 롯데 타격코치에게 물었더니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타격은 민감하고 예민하다. 좋은 밸런스를 유지하긴 어려워도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한번 무너진 밸런스가 길게는 한 달을 갈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홈런레이스에 출전한 선수들 가운데 몇몇은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A 선수는 “‘못 치면 어때’라는 마음을 먹고 타석에 들어서지만 수만 개의 눈이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그때 밸런스가 무너져 올스타전 이후 한 달가량 홈런을 못 쳤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국민 타자’ 이승엽(삼성·사진)은 역시 남다릅니다. 그는 “훈련 때 선수들끼리도 음료수 내기 홈런 경기를 벌이곤 한다. 프로 선수라면 올스타전 한 경기에 영향을 받으면 안 된다. 편하게 즐기고 오면 된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홈런레이스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그는 올해 올스타전에는 출전하지 않습니다.
일본 프로야구 최다 안타(3085개)를 기록한 장훈 선생은 “타격은 여자의 마음과 같다. 오늘 잘 맞다가 다음 날엔 맞지 않는다”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그 여자의 마음에 흔들리는 젊은이가 바로 대부분의 선수들입니다. 이에 비해 산전수전 다 겪은 이승엽은 이제 어지간한 일에는 흔들리지 않는 남자 중의 남자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2014 올스타전은 18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립니다. 홈런레이스 예선은 하루 전인 17일, 결선은 올스타전 경기 시작 전에 벌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