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박재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59·사진)은 9일 인사 시스템의 변화를 강조하며 불쑥 종신제 얘기를 꺼냈다. 현재 장차관을 비롯해 정부와 공공부문 기관장의 임기가 짧다보니 주인의식을 갖고 근본적인 개혁을 이뤄내기 힘들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박 이사장은 “아무리 책임을 갖고 일을 하려해도 임기가 보장되지 않으니 많은 기관장들이 대과(大過) 없이 현상만 유지하려 한다”며 “골치 아픈 문제는 임기를 마칠 때까지 묻어뒀다가 ‘폭탄 돌리기’를 하기 일쑤”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무총리와 장관은 가능한 한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해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2기 내각에 임명장을 주면서 그렇게 선언한다면 총리와 장관의 영(令)이 확실히 선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 방식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박 이사장은 “지방대 총장 상당수가 전직 교육 관료이고, 부처 산하단체 기관장의 대부분이 부처 출신인 것은 분명 비정상”이라며 “하지만 관료 전체를 산하기관에 가지 못하게 하고, 해양경찰청 해체와 같은 극약처방을 쓰면 관료들이 ‘면종복배(面從腹背·겉으로는 복종하는 체하지만 내심 배반함)’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기득권층의 반발을 줄이면서 순차적으로 바꿔나가는 정교한 ‘액션플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국가 개조에 성공한 마하티르 모하맛 전 말레이시아 총리나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등은 모두 관료 사회를 독려하면서 바꿔나갔다”며 “현재 박 대통령의 리더십은 겉으로 확고해 보이지만 실제 일을 성사시키고 변화를 이끌어가는 측면에선 취약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대통령의 메시지는 위에서 꾸짖는 것처럼 비칠 때가 많다”며 “좀 더 다독이고 아우르는 쪽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에 대해선 높게 평가했다. 그는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과 중국의 ‘신형 대국주의’의 충돌 지점이 바로 한반도”라며 “한반도의 통일이 주변국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점을 적극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