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코리아 프로젝트 2년차/준비해야 하나된다] 통일硏‘드레스덴 구상’ 실현 청사진 첫 공개
정부는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출범 이후 드레스덴 구상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관건은 북한의 호응이다. 드레스덴 제안 자체를 이미 ‘흡수통일 기도’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던 만큼 곧바로 응할 가능성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이 참가하는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이후 남북관계의 개선 기류가 나타난다면 남측의 제안에 대해 ‘들어볼 용의가 있다’는 형식으로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보고서가 방점을 찍은 것도 이런 흐름을 고려한 단계적 접근법이다. 북한 핵문제 등 국제사회와 복잡하게 얽힌 사안을 3단계 이후로 돌리고, 출범 단계에 북한 주민의 생활 개선에만 집중하기로 한 것이 이번 프로세스의 초기 출범을 효과적으로 돕는 장치가 될 수 있다. 북한이 올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지시에 따라 농업 생산량과 식량 증산을 제1과제로 추진하고 있어 추진해볼 만하다는 것이 통일연구원의 판단이다.
○ 남북 대화 테이블에 올리는 게 최우선 과제
시범 복합농촌단지 구성 제안 장소로 북한이 농업 개발과 현대화를 위해 지정한 지역을 활용하기로 한 것도 주목된다. 보고서는 함경남도 북청군과 함경북도 어랑군을 시범 복합농촌단지 조성 후보지로 제시했다. 모두 북한이 지난해 농업개발구로 지정한 곳이다. 북청은 평야와 임산자원이 풍부하고 어랑은 농업과 수산업이 함께 발달한 곳이라는 장점이 있다.
평안북도 신의주시 압록강경제개발구와 자강도 만포시 만포경제개발구, 남북 협력 경험이 풍부한 개성공단 지역과 경제특구인 나진-선봉도 후보지로 꼽혔다.
보고서는 “평양 주변 대신 식량 사정과 생활환경이 열악한 지방의 농촌을 대상으로 선정한 것은 북한 주민의 외부 접촉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개방을 유도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까지 기대한 것이다.
시범 복합농촌단지 조성에 앞서 정부가 농업·축산업·산림의 3가지 분야에서 실질적 남북 협력을 북한에 먼저 제의하라고 권고한 점도 주목된다. 박 대통령이 3월 드레스덴 구상을 제시한 지 벌써 4개월째. 이제 드레스덴 구상의 현실화를 위해 구상의 내용과 취지를 북한과의 대화 테이블에 올릴 때가 됐다는 기류가 서서히 조성되고 있다.
南北교류 대상으로 꼽힌 北모란봉악단 통일연구원이 9일 발간한 ‘드레스덴 구상과 행복한 통일’ 보고서에는 남북 동질성 회복을 위해 한국 한류 그룹과 북한 모란봉악단의 교류 방안이 포함돼 있다. 사진은 올 3월 25일자 노동신문에 개재된 모란봉악단 공연 모습. 사진 출처 노동신문
한미, 한미중이 ‘제2 드레스덴 구상’으로 한반도 비핵화의 비전을 제시할 것을 제안한 대목이 눈에 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3단계인 한반도 경제공동체 건설에 진입할 수 있는 만큼 핵 포기로 얻을 수 있는 구체적인 성과를 북측에 미리 보여줌으로써 핵 포기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 포기 이후에 시작될 3단계에선 △북한의 국제 금융기구 가입 및 국제투자 유치 적극 지원 △북한의 경제개발 협력을 위한 동북아개발은행 창설 등이 진행된다.
○ 남북 ‘걸 그룹’ 교류하자
남북한 주민의 동질성 회복을 위한 구체적 교류 방안으로 북한에서 인기가 높은 모란봉악단과 한국의 한류 그룹 간 교류를 제시한 대목이 눈에 띈다.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이후인 2012년 7월 창립한 모란봉악단은 한국의 ‘걸 그룹’을 떠올리는 행보로 눈길을 끌고 있다.
이와 함께 △고대사, 언어학, 고대 미술품, 민요, 민속놀이 등 민족문화유산 공동연구 보전 △고대 미술품 및 민속자료 교환 전시, 순수예술 및 민속예술단 상호 교환 공연 △남북 축구, 농구 대표단 교환 경기 △기상, 지진, 생태계, 수자원, 어족자원 등에 대한 연구자료 교환 △민족문화유산, 자연환경, 동식물 관련 다큐멘터리 등 비정치적 방송 프로그램 상호 교환 및 상영 등이 포함됐다.
:: 드레스덴 구상 ::
:: 복합농촌단지 ::
북한의 특정 마을을 선정해 농업·축산업 분야의 증산을 돕는 프로젝트. 보건의료 분야 지원으로 북한 주민의 건강 증진에도 기여해 안정적 삶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특징이 있음. 단순 구호품 형태로 식량, 의약품을 지원하던 방식에서 진화한 형태.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