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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Cup Brasil 2014]참패 브라질, 정권도 흔들?

입력 | 2014-07-10 03:00:00

성난 국민, 반정부 시위 나설 수도… 2016 리우 올림픽 차질 우려까지




개최국 브라질이 1-7이란 역대 최악의 스코어로 독일에 참패를 당하자 영국 방송 ‘채널4’는 ‘반정부 시위가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보도했다. 국민들의 반대 속에서 개최한 월드컵에 ‘역풍’이 불 수 있다는 내용이다. 아직 대규모 시위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전국의 주요 도시에서 버스 방화 사건과 전자제품 매장 약탈행위가 일어나는 등 분위기는 심상치 않게 흐르고 있다.

지난해 브라질에서 월드컵 전초전으로 열린 컨페더레이션스컵 때도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올해 초반까지도 시위는 이어졌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 기간에는 대규모 시위는 없었다. 어쨌든 홈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 브라질이 우승하기를 전 국민이 바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참패로 상황이 달라졌다.

이번 월드컵을 위해 브라질 정부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의 4배가량인 12조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다. 월드컵 유치 당시 예상했던 것보다 무려 285%가 늘어났다. 국민들은 예산이 늘어난 이유가 정부 관료와 건설업자들의 유착 때문이라고 봤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가 망가져 부담이 가중된 서민들은 그 돈으로 학교나 병원 등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관심을 온통 월드컵에 집중하는 사이 치안 불안과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된 것도 국민들을 자극했다. 올 초에는 15세 흑인 소년이 벌거벗겨진 채 쇠사슬로 목이 감겨 숨진 상태로 발견되기도 했다. 국민들이 스스로 치안유지를 위해 만든 ‘자경단(自警團)’의 짓이었다. 빈민촌 출신인 그 소년은 절도하려던 혐의로 자경단에 붙잡혀 봉변을 당한 것이다. 경제난으로 인한 경찰의 파업 등으로 정상적인 법적 절차가 이루어지지 않자 자경단까지 등장한 것이다. 이런 자경단은 시민들이 다른 시민들을 처벌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브라질 월드컵은 이런 혼란 속에 개최됐고, 브라질 대표팀은 축구를 통해 국민이 하나 되기를 원하는 정치권의 열망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우승에 대한 압박감으로 시달렸다.

이런 분위기 속에 10월 대선에 다시 나갈 예정인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과 아에시우 네베스 제1야당 후보 등은 “패배가 너무 슬프지만 좌절하지 말고 이 역경을 딛고 일어서자”라고 말하는 등 국민 달래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민들이 반기를 들고 일어날 경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최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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