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국내 19번째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인천 송도갯벌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1급 저어새. 희귀조류의 주 서식지는 송도갯벌 부근 강화도, 영종도 등의 해역이어서 람사르 습지 권역을 더 늘려야 한다는 게 조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물새네트워크 제공
국내 람사르 습지는 전남 순천만과 벌교읍의 보성갯벌, 경남 창녕의 우포늪, 제주의 물영아리오름 습지, 강원 인제의 대암산 용늪, 서울 여의도 한강 밤섬, 인천 강화도 매화마름군락지 등 18개 지역 177.172km²였다. 1971년 이란 람사르에서 채택된 환경협약에 따른 희귀 동식물 서식지로 인정받은 곳들이다.
이번에 추가된 송도국제도시 6·8공구 앞 2.5km²와 11공구 앞 3.61km²의 갯벌에는 저어새, 노랑부리백로, 검은머리갈매기, 검은머리물떼새, 알락꼬리마도요 등 멸종위기에 몰린 희귀 조류가 서식하거나 번식하고 있다.
이기섭 한국물새네트워크 대표(53·조류학자)는 2002년 비무장지대에서부터 저어새 발목에 가락지 형태의 위성추적장치를 달아 이동 경로를 추적해 왔다. 강화도, 영종도 일대의 갯벌을 주 서식지로 하던 저어새는 2006년부터 송도갯벌과 인근 남동공단 유수지에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유수지에서 태어난 저어새가 대만 홍콩 일본에서 겨울을 지내고 다시 귀환하는 사례가 계속되면서 최근 100마리 이상 목격됐다.
이 대표는 남동유수지와 송도갯벌에서 매년 2, 3마리의 저어새에 추적용 가락지를 달고 있다. 이 중 5마리에서 확실한 위성 신호를 보내오고 있다. 그는 “2011년에 남동유수지에서 태어난 새끼 4마리가 월동 지역이나 중간 기착지에 머물다 3년 차인 올해 번식지로 돌아왔다”며 “송도갯벌의 서식 환경이 별로 좋기 않기 때문에 체계적인 보호가 이뤄지지 않으면 몇 년 사이 다른 지역으로 서식지를 옮길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저어새와 같은 멸종위기 1급인 두루미도 몇 년 사이 매립공사가 한창인 송도갯벌에서 사라진 것으로 파악됐다. 송도갯벌의 저어새 보호 활동을 벌이고 있는 가톨릭환경연대, 강화도시민연대, 인천녹색연합, 인천환경운동연합, 저어새사람들,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인천교사모임 등 6개 단체는 송도갯벌 내 희귀 조류(10여 종)들이 자취를 감추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9일 성명을 통해 “송도 11공구 매립공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준설토 투기장이 건설돼 생태환경이 변하고 있다”며 “해수부와 인천시가 갯벌 매립이 아닌 습지보호지역 확대 등 실질적인 갯벌 보전 계획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송도갯벌뿐만 아니라 강화도∼영종도∼경기 시흥 등 경기 인천 해안 일대가 희귀 조류의 서식지이기 때문에 람사르 습지를 주변 지역으로 더 확대해야 한다는 것. 람사르 사무국도 이런 점을 의식해 보호지역 확대 및 보전계획 수립을 전제로 해서 송도갯벌을 람사르 습지로 조건부 지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