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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일한 축구협, 상처만 키웠다

입력 | 2014-07-11 06:40:00

10일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14 브라질 월드컵 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퇴 선언을 했다. 홍명보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김종원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대안부재 이유로 홍명보 재신임 결정
결국 여론 악화 속 오점 남기고 사퇴

한국축구의 최상위기관이라는 대한축구협회의 일처리가 영 매끄럽지 못했다.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있다가 등 돌린 여론을 뒤늦게 추스르는 과정은 아마추어에 가까웠다. 허송세월하다 더 큰 화를 자초한 꼴이다. 재도전 의지를 다지다 일주일 만에 입장을 바꿔 자진사퇴를 선언한 홍명보 대표팀 감독은 그의 축구인생에서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고, 대한축구협회는 그 상처를 보듬기는커녕 더 깊게 만든 장본인이 됐다.

2014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벨기에전 직후부터 홍 감독을 향한 여론의 사퇴 압박은 거셌다. 홍 감독도 6월 30일 귀국하기 전까지, 축구협회에 2차례에 걸쳐 사퇴 의사를 표시했다. 이는 축구협회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축구협회는 사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5월 월드컵 최종 엔트리 선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을 때 “감독은 결과로 말한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했던 홍 감독이었기에, 홍 감독이 참담한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는 과정은 불가피했다. 그러나 축구협회는 결국 정몽규 회장 등 집행부가 나서서 당장 내년 1월로 다가온 아시안컵 준비와 ‘대안 부재’라는 이유를 내세워 홍 감독에 대한 재신임을 결정했다. 3일 허정무 축구협회 부회장이 직접 나서서 홍 감독 재신임을 발표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이번 성적 부진에 대해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모습으로 비쳐졌다. 축구협회와 홍 감독은 더 큰 후폭풍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축구협회는 월드컵 참패에 대해 홍 감독 못지않게 큰 책임을 져야 했지만, ‘무책임한’ 대응으로 화만 더 키웠다. ‘대안이 없다’는 변명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플랜B’조차 마련해놓지 못한 무능을 자인한 것에 불과하다. 축구협회는 결국 10일 홍 감독의 사퇴에 맞춰 허정무 부회장이 ‘총대를 메고’ 동반 퇴진하고, 정몽규 회장이 뒤늦게 고개를 숙이는 선에서 최종 수습을 시도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한’ 축구협회다.

김도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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