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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초상화가 김영주씨, 단원고 실종자 가족에게 ‘특별한 선물’

입력 | 2014-07-11 03:00:00

“아이들 예쁜 모습 간직하세요”




“아이들의 예쁜 모습 오래도록 간직하세요.”

9일 오후 전남 진도 주민이자 화가인 김영주 씨(48)의 부인 정성주 씨(39)는 민무늬 하얀 액자에 넣은 그림을 조심스럽게 세월호 참사 실종자 가족에게 전했다. 남편 김 씨가 그린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초상화다. A4 용지 크기의 그림을 받은 실종자 박영인 군(17)의 어머니는 “내 아들이라 그렇기도 하지만 참 잘생겼네”라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김 씨 부부는 5년 전 김 씨의 고향인 진도군에 정착했다. 김 씨는 10여 년 동안 서울 대학로와 목포 평화공원, 지역 축제 등에서 초상화를 그리고 있는 화가다. 부인 정 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진도실내체육관을 드나들며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정 씨는 “남편의 특기를 살려 ‘재능기부’를 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했다. 외부에 알려지기를 꺼리는 남편 대신 정 씨가 사람들을 만나 사진을 받아 오고, 완성된 그림을 다시 가족들에게 전해줬다.

처음에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상처를 줄까 봐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렇지만 실종자 가족들은 안면이 있던 정 씨에게 흔쾌히 자녀의 사진을 내주고 초상화를 부탁했다. 그렇게 지난달 27일 단원고 남현철 군(17)의 그림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학생 4명의 초상화를 그려줬다. 처음에 김 씨는 가족들이 힘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밝고 즐거운 분위기의 캐리커처를 그려줬지만 실종자 가족들은 연필로 그린 정통 초상화를 원했다. 정 씨는 “아무래도 초상화가 차분하고 실제에 가까워서 더 선호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실종자 가족들이 캐리커처로 된 가족 그림을 갖고 싶다고 해 실종자 가족들의 캐리커처도 그리고 있다. 안산에서 내려온 세월호 유가족이 초상화를 부탁하기도 했다. 김 씨 부부는 “학생들뿐 아니라 일반인 실종자 가족들에게도 그림 선물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진도=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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