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호(1962∼ )
출근길 접촉 사고가 났다
충돌도 아니고 추돌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접촉이라는 사고
접촉이라는 말이 에로틱해서 나는 잠시 웃었다
사고라는 말뜻까지 다시 들려서 또 웃었다
길에서 만난 개미 두 마리
머뭇머뭇 더듬이로 서로의 몸을 더듬다가
아예 한 몸으로 엉겨 붙다가
겨우 반씩 비켜줘 각기 제 갈 길을 가듯
나는 그저 출근이나 하고 싶었는데
대뜸 웃통부터 벗었다
아니 다짜고짜 길에서 이러면 날더러
얼굴이 홧홧 달아올라
나도 예의상 단추라도 풀어야지 싶었다
하지만 대낮에 사거리 한복판이고
사방에 눈이 많았다
때를 놓치면 너무 멀리까지 함께 가야 한다
우선 나부터 식혀놓고 봐야 한다
접촉은 사고가 아니잖아
서로의 몸을 더듬다가
머뭇머뭇 제 갈 길을 갔던
그 개미들은 언제 다시 접촉했을까
결국 사고치고 잘 살았을까
우리나라의 야생초는 3000여 종이란다. 우리나라와 면적이 비슷한 영국은 2000여 종, 그만큼 우리나라 기후가 좋다는 얘기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우리나라에 꽃을 피우지 않는 야생초가 늘었단다. 식물이 싹 나고 잎 나고 꽃 피려면 그 시기에 맞는 기후가 필요한데, 봄은 있는 둥 마는 둥 하고 여름이 엄청 길고 무더워진 여파라고 한다. 이대로 가면 그 야생초들은 멸종될 테다. 인간도 자연이기 때문에 기후의 영향을 받는다. 더 게을러지고(나만 그런가…), 우리 고유의 은근한 정서도 불같은 성질로 바뀐 듯하다.
황인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