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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글로벌 북 카페]日 전자서점 돌풍 ‘자본주의의 종언과 역사의 위기’

입력 | 2014-07-12 03:00:00

“돈이 돈을 만드는 자본주의 끝나… 위기 둔감 정책은 큰 고통 안길 것”




‘자본주의의 종언과 역사의 위기.’

제목이 무겁게 느껴지는 책이다. 하지만 올 3월 발간된 뒤 현재 일본 전자서점 아마존의 경제학 부문 베스트셀러 1위다. 서평도 “현대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짚었다” “글로벌 경제가 직면한 한계 상황을 잘 알게 됐다” 등 칭찬 일색이다.

책의 인기를 파악하려면 먼저 저자 미즈노 가즈오(水野和夫·61) 씨의 이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는 사이타마(埼玉)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어 미쓰비시UFJ증권 등을 거쳐 내각부 총리대신 관방심의관을 지내며 총리에게 경제재정 분야를 조언했다. 현재는 니혼(日本)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증권사와 정부를 경험한 저자가 “자본주의가 끝났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경제를 잘 모르는 일반인도 왠지 책을 펼쳐보고 싶은 유혹을 느낄 법하다.

미즈노 교수는 먼저 “지리적으로 자본주의가 끝났다”고 주장했다. 아프리카조차 글로벌을 부르짖는 상황이어서 거대 자본주의 기업이 시장을 더 확대할 곳이 없다는 의미다.

가상공간은 어떨까. 미즈노 교수는 금융 및 자본시장에서도 더이상 수익을 얻기 힘든 구조라고 진단했다. 각국 증권시장이 초고속 거래 시스템을 갖추면서 100만분의 1초 혹은 1억분의 1초 만에 거래가 성사되고 있다. 이 같은 속도에 맞추지 않으면 이윤을 얻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돈이 돈을 만드는’ 자본주의 특성도 사라지고 있다고 미즈노 교수는 강조했다. 대표적인 예가 ‘제로 금리’다. 돈을 은행에 맡겨도 이자가 늘어나지 않는다.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오히려 손해를 맛봐야 한다. 자본이 자기 증식을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도 금리의 움직임에서 발견한 깨달음이었다. 1997년 그가 증권회사 이코노미스트로서 거시경제 조사를 담당할 때였다. 당시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2%에 불과했다. 거품경제 붕괴로 인해 일본 내 은행과 증권사가 파산하기 시작할 때였다. 미즈노 교수는 ‘경제가 안 좋으니 국채 이자율이 2%밖에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판이었다. 2000년대 들어 일본 경제가 회복을 해도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에 머물렀다. 저금리가 고착화된 것이다. 더구나 미국 유럽 등 선진국도 비슷한 상황을 보였다. 자본주의의 한계를 체감하기 시작했다.

미즈노 교수는 자본주의가 한계에 도달하면서 중산층이 동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산층이 더이상 돈 굴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자본주의의 종언이 시작되는 이때 역사의 위기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고 정책을 만들어내는 국가는 향후 큰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책은 전체 5장으로 구성돼 있다. 구체적으로 △자본주의 연명책으로 오히려 고통 받는 미국 △신흥국 근대화가 가져온 패러독스 △일본의 미래를 만드는 탈(脫)성장모델 △서구의 종언 △자본주의는 어떻게 끝나는가 등이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