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팅/스팅 지음·오현아 옮김 420쪽·2만 원·마음산책
영화 ‘우주전쟁’의 톰 크루즈나 ‘월드워Z’의 브래드 피트보다 더 믿음직스러운 가장을 음악계에서 찾는다면 아마 영국 가수 스팅(본명 고든 매슈 섬너·63·사진)부터 만나는 게 나을 거다. 로코코 장식 같은 현악 피치카토와 럼 칵테일 같은 재즈 보컬, 기계적인 리듬을 당연하다는 듯 뒤섞은 히트 곡 ‘잉글리시맨 인 뉴욕’만큼이나 자신만만한 그의 기골장대함과 자상한 인상 때문이다.
스팅의 자서전인 이 책은 어린 시절부터 그룹 폴리스를 결성해 성공하기 직전까지의 얘기를 담았다. 비틀스와 지미 헨드릭스, 아름다운 여자친구에 매혹되거나 첫 자위행위와 성교에 달뜬 순간까지 솔직하고 뛰어난 묘사력으로 풀어내는 스팅의 글재주는 그의 음악만큼이나 특출하다. 마치 남의 얘기를 하듯, 1인칭 성장소설처럼 풀어냈다. 모친의 불륜까지도 냉철한 시선으로 관찰해 가감 없이 들려준다. 그의 음악처럼 따뜻하되 서늘하다. 유머러스한 비유도 수준급이다.
스팅은 영국 북동부 월젠드에서 태어났다. 조선소로 유명한 곳이다. 커다란 배가 만들어져 매일 만을 떠나는 것을 지켜보면서, 이별을 일상화하며 자랐다. 자신의 큰 체격은 낙농 집안에서 매일 우유를 마시며 자랐기 때문이라고 한다. 목소리로 돈을 번 최초의 일은 엄마 몰래 한 신문팔이였다고 고백한다. 처음 베이스기타의 매력에 빠져들고, 무명 시절 엉겁결에 마일스 데이비스의 앨범에 목소리를 삽입하며, 전설적인 밴드 ‘리턴 투 포에버’의 오프닝 밴드로 공연을 망치고, ‘마지막 비상구’란 밴드로 천신만고 끝에 언론의 주목을 받는 풋내기 뮤지션의 모험담이 흥미진진하다. 그 시절 실제 일기도 가끔 들어 있다.
‘록샌’ ‘에브리 브레스 유 테이크’(이상 폴리스) ‘잉글리시맨 인 뉴욕’ ‘필즈 오브 골드’ ‘이프 아이 에버 루즈 마이 페이스 인 유’를 사랑하거나 박완서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좋아한다면 펼쳐볼 만한 책이다.
원제는 ‘Broken music’(2003). 전설적인 가수 닐 영을 ‘네일 영’으로 잘못 옮긴 건 아쉽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