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日 자위대 기념식 장소 옮겨 강행… 시민단체 거센 항의

입력 | 2014-07-12 03:00:00

롯데호텔 대신 대사관저에서 열려
일부 시민 진입시도로 경찰과 충돌… 국내 정관계인사 거의 참석 안해
국방부 실무협조차원 과장급 참석… 산케이신문 “한국이 일본 배척”




일본 자위대 창설 60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11일 서울 성북구 주한 일본대사관저 주변을 경찰 병력 140여 명이 둘러쌌다. 이 주변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기념식 개최를 반대하며 격렬하게 항의하는 가운데 초대 받은 참석자들이 탄 차량이 줄지어 들어가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일본 자위대(自衛隊) 창설 60주년 기념식이 11일 오후 6시 반 서울 성북구 성북동 주한 일본 대사관저에서 열렸다. 일본대사관은 당초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념식을 열 예정이었으나 호텔 측이 반대 여론을 이유로 10일 대관을 취소하자 장소를 옮겨 강행했다.

이날 오후 4시 30분경부터 대사관저 정문에서 50m가량 떨어진 골목에서 기념식 개최에 반대하는 국내 시민단체 회원 50여 명(경찰 추산)이 모여 항의했다. ‘집단자위권 반대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애국국민운동대연합’ 등 시민단체 회원들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등 일본 우익 정치인의 얼굴이 인쇄된 현수막을 찢는가 하면 과거 군국주의 상징인 ‘욱일기’를 불태우려다 경찰에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일부 시민단체 회원은 “기념식을 중단하고 초청자 명단을 공개하라” “아베 총리는 당장 한국 국민들에게 사과하라”고 외치며 경찰이 설치한 폴리스라인을 뚫고 대사관저로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격한 몸싸움을 벌였다. 시민단체 측은 “서울 한복판에서 자위대 창설 기념식을 공개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일본군의 과거, 현재, 미래의 한반도 진출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라는 메시지”라고 우려했다.

5시간 가까이 경찰과 대치하던 시민단체 회원들은 ‘집단자위권 행사 허용 철회’ 등의 내용이 담긴 서한문을 일본대사관 측에 전달하겠다고 요구했으나 대사관 측이 끝내 만남을 거부하자 오후 9시 15분경 해산했다.

이날 기념식에 국내 정관계 인사는 거의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방부는 실무 협조 차원에서 주한무관협력과장(대령)을 참석시켰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군사외교적인 차원에서 유관 부서의 부장급(소장)이 참석했지만 이번에는 (냉각된 한일 관계) 상황을 고려해 실무 과장급으로 낮춰 보냈다”며 “주일 한국대사관에서 주최한 일본 내 국군의 날 행사에 일본 무관도 참석하기 때문에 (자위대 창설 기념식에) 아무도 가지 않는 것은 외교적인 결례”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날 행사에 140명이 참석한 것으로 파악했다. 앞서 일본대사관 측은 국내 정관계 인사 등 500여 명에게 행사 초청장을 보낸 바 있다.

한편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어떤 이유에서든 호텔 측이 행사를 하루 앞두고 장소를 제공할 수 없다고 일방적으로 연락한 것은 극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1차적으로 호텔의 문제여서 호텔 측에 항의했지만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이러한 (일본 측의) 우려를 확실히 전달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11일 이번 사안을 ‘이례적 사태’라고 표현하며 “한국이 일본을 배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이샘물 기자

도쿄=박형준 특파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