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World Cup Brasil 2014]“洪-許 사퇴, 꼬리 몇cm 자른것… 축구협 ‘30년 축피아’ 물러나야”

입력 | 2014-07-12 03:00:00

원로 김호 前감독 방송서 쓴소리, “행정 잘못해 풀뿌리 축구 망쳐
춥고 배고픈 시대 돌아가더라도 축구인이 결정하고 책임져야”




“축구인들이 제대로 평가받는 세상을 만들어야 ‘제2의 홍명보’가 나오지 않습니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대표팀 감독을 맡았고 프로축구 수원 삼성을 8년간 이끌었던 김호 전 감독(70·사진)은 ‘홍명보 감독 사퇴’를 지켜본 뒤 한국 축구의 재건을 위해 혁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11일 한 방송에서 ‘축피아(축구+마피아)’를 거론해 관심을 끌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관료)’ ‘해피아(해수부)’ 등이 거론된 가운데 브라질 월드컵 참패 후 축구를 망치는 축피아까지 거론된 것이다.

김 감독은 구체적으로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30년 가까이 그분을 만났는데 모든 행정을 잘 못해 한국 축구의 풀뿌리를 다 망가뜨렸다”며 정몽준 전 대한축구협회 회장과 그 주변 사람들이 축피아라는 것을 암시했다. 정 회장은 1993년부터 2009년까지 축구협회 수장을 맡았고 지난해부터는 그의 사촌 동생인 정몽규 회장이 축구협회를 이끌고 있다.

김 감독은 “그분들이 프로팀을 운영하고 축구 발전에 기여한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분들이 축구계에서 떠난다고 해서 무서워하면 혁명을 할 수 없다. 우린 배고픔을 참으며 축구를 했고 그 결과로 이만큼 왔다. 다시 배고픈 시대로 돌아가더라도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고희를 맞은 노(老)감독은 “축구인이 결정하고 축구인이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축구협회를 비롯해 프로, 실업, 대학 등 산하 연맹과 각 시도협회장 등을 뽑을 때 축구인들이 제대로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현재 축구협회 회장을 산하 연맹과 시도연맹 회장들이 뽑는데 그들 대부분이 축구를 잘 모르는 분들이다. 그들이 협회 회장을 뽑고 그 회장은 자기 눈에 맞는 축구인들을 앉혀서 일하는 구조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이렇다 보니 권력은 비축구인이 장악하고 축구인은 비축구인의 하수인 역할밖에 못한다. 이런 구조를 타파하지 못하면 축구 발전은 요원하다”고 말했다. 축구를 모르고 대한민국 축구를 좌지우지하는 축피아를 해체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 감독은 “홍 감독과 허정무 부회장이 사퇴한 것은 그냥 꼬리 몇 cm 자른 것밖에 안 된다. 축구협회 운영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이런 일은 반복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방법까지는 제시하지 못하지만 아래서부터 위까지 모든 결정을 축구인들이 참여하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면 브라질 참패에 대해 축구인 모두가 책임을 통감할 것이다. 보이는 성적에 급급해하며 희생양만 찾는 현 시스템으로는 월드컵 때마다 새롭게 발전하는 세계 축구의 흐름을 절대 따라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