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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va, 프란치스코]윤지충-정약종-강완숙 등 복자100위-복녀24위

입력 | 2014-07-14 03:00:00

시복되는 124위는 누구




8월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시복(諡福) 미사에서 복자(福者)로 추대되는 124명의 순교자들은 신해박해(1791년)부터 병인박해(1866년)까지 순교한 한국 천주교 초기 신자들이다. 시복은 가톨릭교회가 공경의 대상으로 공식 선포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남자는 복자, 여자는 복녀라 부른다. 복자는 성인(聖人)의 바로 전 단계다. 이번에 교황이 시복하는 복자는 100명, 복녀 24명이다.

복자에는 한국의 첫 천주교 순교자인 윤지충(바오로)과 중국인 신부 주문모(야고보), 실학자 정약용의 형 정약종(아우구스티노) 등이 포함돼 있다. 주 신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평신도다. 124위의 순교지는 서울(37명), 경상도(29명), 전라도(24명), 충청도(18명), 경기도(13명), 강원도(3명)로 돼 있다.

윤지충은 전라도 진산 출신이다. 1790년 중국 베이징의 구베아 주교가 조선교회 제사 금지령을 내리자 신주를 불태운 뒤 모친상을 천주교식으로 치렀다. 조정에서 이를 알고 체포령을 내리자 자수해 전주 남문 밖에서 참수형을 당했다.

정약용의 셋째형인 정약종은 성녀 정정혜(엘리사벳)와 성 정하상(바오로)의 아버지이다. 형 약전에게서 교리를 배우고 가톨릭에 입교한 뒤 한글 교리서 ‘주교요지’ 2권을 집필했다. 주문모 신부의 인가를 얻어 교우들에게 주교요지를 보급했고, 평신도 단체 ‘명도회’ 초대회장을 지내다 1801년 참수형으로 순교했다. 참수 당시 ‘땅을 보면서 죽는 것보다 하늘을 보면서 죽는 것이 더 낫다’며 칼을 받았다.

주문모 신부는 조선에 입국한 첫 성직자이다. 구베아 주교의 파견으로 그는 조선인으로 변장한 뒤 1794년 입국했다. 한국 교회 첫 여성 회장이었던 강완숙(골룸바)의 집에 숨어 지내면서 최초의 미사를 봉헌했다. 신유박해 때 귀국을 결심하지만, 결국 순교하기로 마음먹고 자수했다. 새남터에서 효수형에 처해졌다. 강완숙은 여성 평신도의 본보기로 존경받는 순교자다. 입교 후 충청도 내포에서 한양으로 옮겨 주 신부를 도와 여성 회장으로 활동했다. 자신의 집을 주 신부의 피신처이자 집회 장소로 제공했다가 붙잡힌 뒤 서소문에서 참수됐다.

전라도의 첫 신자 유항검(아우구스티노)의 아들인 유중철(요한)과 그의 아내 이순이(루갈다)는 주 신부에게 부부관계를 맺지 않는 동정생활의 뜻을 전하고 결혼 뒤에도 오누이처럼 지냈다. 유중철이 아내에게 보낸 서한 중에 ‘누이여, 천국에서 다시 만납시다’라는 글귀가 유명하다. 전주교구에서는 매년 가을 이들을 기려 ‘요한-루갈다 제’를 연다. 황일광(시몬)은 천민 출신으로 1792년 천주교를 받아들였다. 그는 출신과 계급을 가리지 않고 형제로 대해주는 교우들에게 감동해 “천당은 이 세상에 하나가 있고, 후세에 하나가 있음이 분명하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