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대한민국 안전은]<上>청소년 수련시설 캠핑객 “참사 일어났던 곳인지 몰라”
13일 오후 경기 화성시 백미리의 한 오토캠핑장.
1999년 6월 30일 ‘씨랜드 참사’가 일어났던 바로 그곳이다. 당시 화재로 건물이 타 없어진 빈터에는 풀만 무성하게 자라 있었고 그 대신 캠핑장 한쪽에는 조립식으로 만들어진 건물 두 채가 서 있었다. 조립식 패널로 지어진 이 건물들은 본관 외벽에서 이어져 개수대와 세면장 용도로 쓰이고 있었다. 이날 캠핑장을 이용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한 남성은 “지나는 길에 캠핑 문의를 하기 위해 왔다”며 “전에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씨랜드 참사 당시 문제가 됐던 조립식 건축물은 화재 이후 또다시 지어져 여전히 현장에 자리잡고 있다. 당시 씨랜드 수련장은 현재 이름을 바꿔 오토캠핑장으로 운영 중이다. 15년 전 참사 당시 시설을 운영하던 박모 씨는 사고 이후 이곳을 떠났고, 지금은 다른 사람이 캠핑장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이 캠핑장 주변에는 10여 개의 캠핑장이 있지만 운영실태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부분 천막으로 만든 간이 시설물과 조립식 건물, 컨테이너 박스를 차려놓고 캠핑장 또는 청소년 수련시설로 활용하고 있다. 건물 바로 앞에 화재에 취약한 재활용쓰레기와 폐타이어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도 소방용품조차 갖추지 않은 곳도 있었다.
특히 이 마을에서 운영 중인 캠핑장들 가운데 정식으로 시청 인허가를 받은 영업장은 한 군데도 없었다. 대형 참사를 겪은 뒤 15년이 지나도록 관리감독을 제대로 받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인 캠핑장이 여전히 많은 현실이다. 그러나 정부는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불법건축물에 대해서도 강제철거 등의 조치를 내리지 않고 있다. 화성시 관계자는 “안전행정부가 지난해 10월 캠핑장 통합 안전기준을 마련했지만 말 그대로 기준일 뿐 캠핑장에 대한 법적 규제가 없어 건축법 등 개별법으로 규제하는 수밖에 없다”며 “민간시설에 대한 강제 철거 권한도 없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화성=임현석 기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