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1호 라면을 만든 삼양식품의 창업주가 세상을 떠났다. 그의 타계 소식을 접한 중장년 세대 중에는 엄마가 꺼내든 주홍색 봉지만 봐도 가슴 설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린 이들이 많았을 터다. 라면은 그야말로 천국의 맛으로 아이들을 유혹했다. 라면이 아무리 고급화하고 종류가 다양해진다 해도 국물 한 방울을 아껴가며 먹었던 그때 그 시절 맛을 따라잡지는 못할 것 같다. 북한의 위협이 고조될 때면 집집마다 비상식량으로 라면 사재기에 나섰던 기억도 생생하다.
▷우리나라 라면은 이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2013년 라면 수출액은 2억1552만 달러. 한국 라면을 가장 많이 사간 나라는 라면을 처음 상품화한 일본이다. 한국 라면을 수입해 가는 나라는 러시아 스웨덴 사우디아라비아 케냐 등과 남태평양 섬나라 투발루까지 모두 124개국을 헤아린다. 한국인의 라면 사랑도 유별나다. 2012년 기준으로 한 해 소비량 35억2000만 개로 세계 7위, 1인당 소비량은 부동의 세계 1위(72개)를 고수하고 있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