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교육부 장관 비해 경력-인사 콘셉트 어느 쪽도 감동이 없는 선택 위기관리능력 부족하고 단명 가능성 높아 부총리 역할 어렵다면 자진사퇴보다 임명철회가 대통령 권위 회복하는 길
심규선 대기자
역대 교육부 장관(문교부, 교육인적자원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포함) 중에서 교육 공무원들에게 가장 후한 평가를 받은 사람은 누구일까. 민관식 문교부 장관(재직기간 1971년 6월∼1974년 9월)을 꼽는 이들이 많다. 장관이 되기 전 그의 주요 경력은 국회의원, 대한체육회장 등이었다. 교육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지만 그는 정권의 실세였다. 시시콜콜한 업무는 관리들에게 맡기고, 예산을 따오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민 장관은 이규호 장관(3년 5개월)에 이어 두 번째로 장수했다.
민 장관의 능력이나 업무 스타일이 요즘도 통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역대 교육부 장관 가운데 교육전문가 아닌 사람이 적지 않았다. 1948년 초대 안호상 장관부터 지금의 서남수 장관까지 교육부의 수장은 54대 52명. 장관이 되기 전 대표적 직책 하나만을 기준으로 하면 가장 많은 17명이 대학 총장을 지냈지만 다른 부처 장차관이나 국회의원 출신도 15명이나 된다. 10명은 대학원장이나 단과대학장, 연구기관장이라도 거쳤고, 나머지 10명은 안호상 이병도 김상협 안병영 문용린 김신일 씨처럼 자기 분야에서 꽤 알려진 학자였다.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어떤가. 경력으로도, 인사 콘셉트로도 분류가 어렵다. 그는 역대 장관이 대부분 경험했던 자리를 맡아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정권 실세도, 명망가도, 유명학자도, 교육행정가도 아니다. 40년 가까이 교수와 교사로 지내왔으니 잠재 능력까지 부정할 순 없다. 동의한다. 그렇지만 그는 내정 이후 청문회까지 오는 동안 가능성을 증명하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위기관리 능력마저 떨어진다는 사실만 부각됐다. 김 후보자를 포기해도 되는 첫 번째 이유다.
교육부 장관의 재임기간은 매우 짧다. 현직 장관을 빼고 53대의 평균 재임기간은 443일 정도로 15개월이 채 안 된다(세 차례 직무대행기간 82일 제외). 23명은 1년도 못 채우고 물러났다. 김 후보자를 임명한다면 어떻게 될까. 상처가 많아 장수는 못하고 평균을 채우는 게 고작일 것이다. 김 후보자를 포기해도 되는 두 번째 이유다.
김 후보자는 임명되면 사회부총리를 겸한다. 안전행정 보건복지 환경 여성가족 문화체육관광부까지를 두루 관장해야 한다. 타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의 부족과 부처 이기주의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자리인데 지금의 그로서는 족탈불급, 언감생심이다. 본업인 교육마저 흔들려 죽도 밥도 안 될 공산이 크다. 대통령이 진심으로 사회부총리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면 조정과 통합 능력을 겸비한 인물을, 모양새만 갖출 것이라면 교육전문가 중에서 무게가 더 나가는 인물이 필요하다. 김 후보자를 포기해도 되는 세 번째 이유다.
김 후보자를 버리면 대통령의 인사권이 상처를 받을 것이라는 말이 있다. 궤변 중의 궤변이다. 대통령이 받을 상처가 어디에 더 남아 있다고 그런 거짓말을 하나. 청와대에서만 통하는 논리는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에 참모들의 뻔뻔함만 덧칠할 뿐이다. 김 후보자를 포기해도 되는 네 번째 이유다.
인사의 요체는 경력 능력 감동이다. 공직 후보자는 적어도 그중 하나는 갖고 있어야 한다. 김 후보자는 불행히도 그렇지 못했다. 본인의 잘못보다 지명한 대통령의 잘못이 크다. 어떤 변명을 하든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다.
심규선 대기자 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