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소설의 한국어판 제목을 ‘불륜’으로 고집한 작가 파울루 코엘류. 그는 원제를 에둘러 표현하기보다는 직설적인 제목을 원했다고 한다. 코엘류는 “책이 나왔으니 독자들이 책을 읽고 직접 판단해 달라”고 했다. 문학동네 제공
파울루 코엘류의 신작 소설이 '불륜'(문학동네)이라는 제목으로 최근 출간됐다. 30대 여기자 린다의 위기를 그린 이 소설은 올 초 브라질에서 'Adultério(영어로 adultery)'라는 제목으로 처음 선보였다.
당초 문학동네는 불륜, 간통이라는 원제 대신 한국 정서를 고려해 보다 '부드러운' 제목인 '밀애'가 좋겠다고 작가에게 제안했다. 932만 명의 팔로워가 따르는 '파워 트위터리안' 코엘류는 지난달 말 자신의 트위터에 신작 소설의 제목과 관련해 한국 독자의 의견을 물었다. '한국 출판사에서 불륜이라는 제목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외국 소설의 번역 제목을 정할 때 기본 원칙은 원제의 뜻을 해치지 않는 것이라고 출판사들은 입을 모은다. 하지만 원제 자체가 이해가 어렵거나, 번역하면 단어의 미묘한 뉘앙스가 전해지지 않을 때 제목을 바꾸기도 한다.
영미권에서는 각 지역별 상황에 맞게 번역판 제목을 정하도록 하지만 일본 출판사와 저자들은 대체로 제목 변경에 까다로운 편이라고 한다. 시바 료타로의 대하소설 '나라 훔친 이야기'(창해)는 한국 출판사 측에서 '나라 훔친 도둑'이라고 제목을 바꾸면 어떻겠느냐고 일본 측에 제안했다. 하지만 작가 사후 저작권을 관리하는 작가의 아내가 '도둑'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원제를 그대로 쓸 것을 주문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