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예상 깬 강행 배경은
1명만 버리고… 1명은 고수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은 철회했지만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을 국회에 다시 요청함으로써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9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인사청문회를 마친 뒤 회의장을 떠나는 김 후보자(왼쪽 사진)와 10일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정 후보자. 김미옥 salt@donga.com·변영욱 기자
○ “밥만 먹고 왔나”, 청와대도 ‘갸우뚱’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지도부와 오찬 회동을 한 직후인 이날 오후 2시 반 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송부를 국회에 다시 요청했다. 정 후보자를 임명하기 위한 마지막 절차를 밟은 것이다. 이날 오전까지도 청와대 내부에선 “정 후보자가 낙마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았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지도부를 만나 의견을 듣는 모양새를 취한 것도 ‘정 후보자 낙마’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줬다.
박 대통령은 인사와 관련해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나는 개인적인 욕심이 없다. 경제 살리기, 비정상의 정상화, 국가의 적폐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개인적 명예를 위해서가 아니라 역사를 위해서 하는 것이다. 여당도 책임감을 갖고 적극 도와 달라”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새 지도부의 첫 상견례 자리에서 여당의 의견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 지도부가 앞으로 ‘청와대에 할 말은 하겠다’고 하더니 밥만 먹고 나온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 쫓기듯 인선 정리한 박 대통령
박 대통령이 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배경엔 ‘거짓말 논란’이나 ‘폭탄주 회식’ 의혹 등과 관련해 정 후보자가 억울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보다는 2기 내각 출범을 한시라도 서두르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16일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석 달째가 된다. 집권 2년 차의 한 분기를 내각 공백 상태로 날려버린 셈이다. 성과를 내야 할 시기에 국정동력을 잃어버린 데 대한 초조감이 ‘초강수’를 둔 배경으로 꼽힌다.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와 함께 후임 후보자로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를 내정한 것도 인선에 시간을 끌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치인은 상대적으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난하게 통과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올해 2월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해임한 지 6일 만에 4선의 이주영 의원을 발탁한 것도 비슷한 경우다.
여당 대표 출신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야권에선 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 의원과 정동영 상임고문 등의 전례가 있지만 여권에선 좀처럼 찾기 힘들다. 여당 대표는 국가 의전 서열이 7위인 자리다. 그럼에도 황 전 대표를 내정한 것은 박 대통령이 그만큼 시간에 쫓겼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 “자진 사퇴하라”, 여야 관계 다시 ‘먹구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정 후보자는 거짓말로 이미 자격을 상실했고, 인사청문회 정회 중에 폭탄주 회식을 하는 후안무치한 태도를 보였다”며 “국민과 국회를 무시한 불통 인사를 즉각 철회하고, 정 후보자는 자진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임명을 강행한다면 내일부터 ‘인사청문회 시즌2’를 시작하겠다”며 “정 후보자와 관련한 의혹을 계속 제기해 국민의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고 경고했다.
박 대통령의 임명 강행 불똥은 김무성 대표에게 튈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세월호 참사 후속대책 입법을 8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으나 ‘정성근 파동’으로 법안 처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