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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인터넷 켜면 하루종일 대출광고

입력 | 2014-07-16 03:00:00

[서민 눈물탑 대부업체 대출 10조]<上>빚 권하는 업체들
대부업 이용 절반 “TV보고 알아”… 쉬운 대출만 강조 이자정보 허술




“전화 한 통화면 충분해요.”

최근 케이블TV 등에서 방영하는 A대부업체 광고. 휴대전화를 든 여자 모델이 “한 통화로 입금까지?”라며 눈을 동그랗게 뜬다. 남자 모델은 “한 통화로 대출받는 시대가 개막됐다”며 옆에서 거든다.

B대부업체의 광고도 비슷하다. “어제까지 카드 연체가 있어도 오늘만 없으면 대출이 된다. 조기 마감이 예상되니 지금 바로 전화기를 들고 신청하라”고 소비자를 유혹한다. 화면에는 ‘전화 한 통에 3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나온다.

15초에서 30초 사이로 이뤄진 짧은 TV 광고는 쉽고 빠르게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연 34.9%의 높은 금리가 적용된다는 정보는 화면 하단에 하얀색 글씨로 3∼5초간 등장한다. ‘과도한 빚은 당신에게 큰 불행을 안겨줄 수 있다’는 경고 문구 역시 화면 구석에 잠시 머물다 사라진다.

TV나 인터넷 광고를 보고 대부업체를 찾는 서민이 늘고 있지만 대부업체가 높은 금리와 대출의 위험성을 알리는 데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부업체 광고가 아동과 청소년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노출되는 만큼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데 따르는 위험과 책임을 광고에서 분명히 알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15일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대부금융협회가 올해 초 대부업체 이용자 324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2%가 케이블 등 TV 광고를 보고 대부업체를 알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광고와 휴대전화 광고를 보고 대부업체를 알게 된 응답자의 비율도 각각 17%, 6%였다.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10명 중 8명은 TV와 인터넷 등 광고를 통해 대부업체를 알게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서민들이 대부업체의 광고에 노출되는 시간이 늘고 있는 만큼 대부업체가 대출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도록 감독당국이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부업법에 따르면 대부업체는 대출 경고 문구를 노출하는 데 광고 시간의 5분의 1 이상 할애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문구의 크기에 대해서는 규정이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업체는 화면 하단이나 구석에 하얀색 글씨로 경고 문구를 노출해 소비자들이 제대로 알아볼 수가 없다.

금융정의연대 관계자는 “대부업체 광고에 대한 규정이 허술해 광고를 보는 금융소비자들은 대부업체를 그저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는 곳으로 오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대부업체를 이용할 경우 신용등급이 낮아질 수 있다는 등 대부업체 이용 시 유의 사항을 광고에 담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팀장=신치영 경제부 차장
편집국 정임수 송충현(경제부) 강홍구 기자(사회부)
채널A 황승택(경제부) 이상연(소비자경제부) 정동연 기자(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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