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를 당한 단원고 학생들의 특례 입학 문제가 논란을 낳고 있다. 여야는 직접적인 피해자인 단원고 2학년생 이외에 3학년생에게도 대학입시에서 정원 외(정원의 1% 이내)로 입학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오늘 처리한다. 국회가 이 법을 논의하는 동안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저는 단원고를 졸업한 재수생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저도 사고가 일어난 후에 음식도 안 넘어가고 우울증에 무기력 증세까지 왔다. (저에게도) 당연히 특례를 주어야 한다.” 장난처럼 보이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이런 걸로 묻어갈 생각 마라’는 비난도 이어졌다.
▷단원고 학생들을 사회가 최대한 배려해야 한다는 점에는 누구나 공감한다. 그러나 대학 입시는 민감한 문제다. 소수에게 혜택이 돌아갈 경우 다수의 입시생들은 ‘차별’로 받아들인다. 이번 입법에 대해서도 당장 ‘역차별’이라는 주장과 함께 다른 사고의 피해자도 많은데 왜 그들은 안 봐주느냐는 반론이 나온다.
▷비슷한 조치로 2010년 연평도 포격 이후 서해5도 주민의 자녀에 대한 특례 입학이 시행되고 있으나 성격은 다르다. 당시 포격은 11월 23일로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내신 평가가 완료된 다음이었다. 세월호 참사는 학기 초인 4월 16일에 발생했다. 따라서 이번 입법처럼 학생들의 학업 피해를 보상하는 차원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서해5도 주민들의 안정적 정착을 돕는 측면이 강했다.
▷국회가 법을 통과시켜도 대학이 모른 척하면 소용이 없다. 법의 수용 여부는 대학 자율이다. 서해5도 특례의 경우 시행 대학은 10여 개에 불과하다. 그러고 보면 단원고 특례 입학은 처음부터 법으로 해결할 사안은 아니었다. 세월호 유족들은 특례 입학을 입 밖에 낸 적도 없다고 한다. 이번 입법은 향후 비슷한 사례를 상정하지 않은 채 정치권에서 생색내기용으로 나온 인상이 짙다. 교육적으로 학생들의 아픔을 충분히 헤아릴 대학들이 먼저 나서야 한다. 몇몇 대학이 사회적 배려 대상으로 이들을 합격시킬 움직임을 보이지만 보다 많은 대학이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