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원대의 온라인 대포차 시장을 구축한 유통조직이 검찰에 적발됐다.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은 16일 중고차 거래로 위장한 대포차 중개사이트를 운영한 혐의(자동차관리법 위반 등)로 김모 씨(32) 등 관리자 2명과 대포차 중개업자 안모 씨(29) 등 31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이들로부터 대포차를 구입한 김모 씨(35) 등 68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달아난 7명은 지명 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 등은 2009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인터넷에 '88car', 'best88car' 등 수십여 개의 중고차 사이트를 만든 뒤 대포차 1만여 대를 유통시켜 660여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다.
사이트는 수사기관을 따돌리기 위해 중고차 매매만 하는 것처럼 위장했다. 번호판을 지운 대포차 사진을 보여주고 회원 가입자와 유통 조직만 알 수 있는 단어를 사용했다. 예를 들어 '어떤 차도 매매 가능'이라고 해놓고 중고차 인터넷 광고 때 필수 입력사항인 차량등록번호, 주요 제원, 상태점검기록부, 자동차 매매업자 정보 등을 게재하지 않아 대포차임을 암시했다.
거래는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사용했다. 구입자와 가격 협상이 끝나면 도로 등에서 만나거나 탁송 업체를 이용해 익명으로 해당 차량은 건넸다. 차량 보험은 원래 차주 명의를 도용해 청약서, 개인정보제공동의서 등의 서류를 위조하는 방법으로 가입했다.
이들은 사이트를 통해 대포차를 매입한 뒤 이윤을 붙여 되팔았다. 판매한 대포차는 중고차 가격보다 50~70% 이상 싸기 때문에 대학생과 공익근무요원 등도 구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는 성매매 영업에 쓰이는 등 범죄에 악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 과정에서 5년 전 대포차 뺑소니 사건을 해결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포차 중개업자 1인당 한 대당 30만~300만 원가량 수익을 남겼고 일부는 최대 50억 원 이상 챙겼다"고 말했다. 김 씨 등은 불법 수익금으로 고급 외제차를 구입하고 도박을 즐기는 등 호화 생활을 했다.
대구=장영훈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