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어제 자진사퇴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의 요청대로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했으나 정 후보자에 대해서는 “의혹이 대체로 해명됐다”며 임명을 강행할 태세였다. 정 후보자는 뒤늦게나마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자신의 체면은 살렸지만 박 대통령은 여론을 외면하는 불통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오히려 상황판단과 위기관리 능력에서 허점까지 드러냈다. ‘거짓말 문체부 장관’이 정부 대변인으로 나설 경우 대한민국의 국격이 어찌 됐을지 상상해 보면 아찔하다.
정 전 후보자는 문화계에서 인정하는 경륜과 능력을 지닌 인물도 아니었다. 그가 전격 사퇴한 데는 야당에서 “입에 담기조차 싫은 제보”를 언급하며 추가 폭로를 예고하고, 일부 방송사가 취재에 들어간 것이 결정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인사검증 과정에 구멍이 뚫렸음이 또 확인된 것이다.
2명의 총리 후보자와 2명의 장관 후보자가 낙마함으로써 박근혜 정부 2기 내각 10명의 총리·장관 후보자 중 4명은 잘못된 인선이었음이 명백해졌다. 사상 초유의 인사 실패에 대해 박 대통령은 물론이고 청와대인사위원장인 김기춘 비서실장을 비롯해 누구 하나 사과도, 설명도 없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제도 청와대가 아무 이유도 대지 않은 채 “김 전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고 새 교육부 장관 후보를 지명했다”고 발표한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어제 2기 내각이 출범했지만 황우여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청문 절차가 남아 있고 문화부 장관 인선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정부 출범 전부터 인사 문제로 숱하게 국민을 실망시켰던 청와대가 이제 와서 인사청문회나 제도 탓이나 해서는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터진 뒤 ‘국가개조’를 다짐하며 인적 쇄신을 외쳤지만 달라진 바 없는 스스로를 돌아보기 바란다. 박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 비정상의 정상화, 적폐 해소를 강조하며 “나는 개인 욕심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더더욱 의리와 충성을 인사 기준으로 삼는 비선인사 수첩인사 측근인사로 국정의 골든타임을 허비하는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