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할인점 코스트코나 샘스클럽에 가면 맥주 종류가 너무 많아 놀란다. 새뮤얼 애덤스나 시에라 네바다는 에일(Ale) 맥주로 맛이 깊고 진하다. 몇 해 전 시에라 네바다를 처음 마셨을 때 맥주 맛이 이렇게 은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격은 라거 맥주의 배가량 됐지만 독특한 맛은 잊지 못할 정도다. 혼자서 홀짝홀짝 음미하면서 마시기에는 좋지만 폭탄주용으로는 부적합하다.
▷아일랜드 고급 흑맥주 기네스는 비싼 것이 흠이다. 그러나 미국에선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가격에 팔린다. 세계 각국의 맥주들이 들어와 경쟁하니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소비자를 끌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토양과 수질 오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음식점에선 아사히 기린 산토리 등 일본 맥주가 고가(高價)에도 잘 팔린다. 미국 대형 할인점에선 한국 맥주를 본 적이 별로 없다. 진열해 놓아도 잘 팔리지 않을 것 같다. 오죽하면 북한 대동강맥주보다 맛이 없다는 얘기가 나올까.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