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亞경기 대표팀 구성에 제언
2006년 3월 열린 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 8강에서 한국이 일본을 2-1로 꺾은 뒤 당시 결승 2타점 2루타를 터뜨린 이종범이 태극기를 흔드는 선수 앞에서 환호하는 팬들에게 답례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삿포로에서 한국은 대만과 일본에 연달아 패하며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실패했습니다. 도하에서는 대만은 물론 사회인 야구 선수들로 구성된 일본에까지 패했지요. 지난해 타이중 WBC 1라운드에서는 복병 네덜란드에 발목이 잡혔습니다. 2, 3차전에서 호주와 대만을 꺾었으나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실패한 경기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3번의 참사를 눈앞에서 지켜본 기자로서 9월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아경기에 출전하는 한국 야구 대표팀에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합니다.
2차 엔트리 발표 후 벌써 적지 않은 후폭풍이 일고 있습니다. 왜 이 선수는 빠졌고, 저 선수는 포함됐느냐 하는 갑론을박이 팬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개별 선수에 대한 이야기는 접어두고, 큰 그림에서 선수 구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 보려 합니다.
먼저 선수들의 ‘이기심’을 냉정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태극마크가 선수 생활의 목표인 아마추어 선수들과 달리 태극마크를 썩 달가워하지 않는 프로 선수들이 적지 않습니다. 얻는 건 별로 없는데 부담은 큰 탓입니다. 개별 면담을 통하건, 간접적으로 의견을 전달받건 이런 선수들은 과감하게 엔트리에서 빼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돈이건, 병역 혜택이건 뭔가 확실한 동기부여가 필요합니다. 동기가 있어야 열심히 할 수 있습니다. 무조건적인 애국심은 강요할 수도 없고 선수들이 받아들이지도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이 적절한 긴장감 유지입니다. 시드니 올림픽 초반 부진하던 한국 대표팀은 ‘도박 파문’ 이후 분위기를 일신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2006년 WBC에서는 스즈키 이치로의 ‘30년 발언’,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호시노 센이치 감독의 한국 야구 무시 발언이 선수단을 하나로 결속시켰습니다. 반면 조금이라도 방심이 깃든 순간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금메달을 당연시했던 도하 아시아경기, 마음은 이미 4강에 가 있었던 지난해 WBC에서는 참패를 당했지요. 코칭스태프와 KBO, 그리고 야구협회가 함께 고민해 최상의 답안지를 내놓기를 바랍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