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첫 내한공연 갖는 美 팝스타 세인트 빈센트
4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로큰롤 명예의 전당’ 너바나 헌액 기념 공연에서 커트 코베인 대신 ‘리시엄(Lithium)’을 부른 세인트 빈센트(오른쪽). 무대 뒤 화면은 코베인의 생전 사진. 왼쪽은 너바나 전 멤버 데이브 그롤. 세인트 빈센트 홈페이지
그곳에서 기쁨이나 슬픔은 회색빛으로 탈색되고 감정의 고저만이 이퀄라이저처럼 차갑게 표시될 뿐이다. 클라이맥스는 강렬하되 뒤틀려 있다. 멸종된 감정 같은 슬픈 멜로디가 이따금 하늘에서 내린다.
‘세인트 빈센트’ 표지.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
본명(애니 클라크)으로 미국 인디 뮤지션 폴리포닉 스프리, 수프얀 스티븐스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던 그는 시인 딜런 토머스(1914∼1953)가 사망한 병원 이름에서 따온 ‘세인트 빈센트’를 분신으로 내세워 2007년 솔로 데뷔했다. 독특한 악곡, 가창, 기타 연주력으로 주목받았다. 데이비드 번(토킹 헤즈)과 합작 앨범(‘러브 디스 자이언트’·2012년)도 냈다. 빈센트는 재즈 팝 듀오 ‘턱 앤드 패티’의 기타리스트 턱 앤드리스의 조카다.
독창적인 헤어스타일과 패션, 무대 매너로 ‘인디 레이디 가가’ ‘기타 든 레이디 가가’로도 불리는 빈센트와 11일 전화로 만났다. 빈센트는 “지미 헨드릭스와 레이디 가가 중 더 많은 영감을 주는 인물을 꼽으라면 당연히 헨드릭스”라고 했다.
“전기기타는 무수히 많은 사운드를 만들어낼 수 있죠. 천둥이나 비명같이 공격적인 사운드부터 차분하고 부드러운 소리까지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제겐 가장 매력적이에요.”
빈센트는 “전자음악과 가상악기가 발달해도 미래의 음악에서 기타의 위상이 위축되진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무대 위에서 양손 태핑(픽으로 줄을 퉁기는 대신 지판을 손으로 직접 두드려 소리 내는 연주법), 독특한 음향장치의 사용으로 기계적이거나 혼돈스러운 기타 소리를 뽑아내는 한편 손동작이나 종종걸음으로 구성된 안무를 병행한다. 그는 “춤은 내게 완전히 새로운 언어여서 쉽지 않지만 관객을 몰입시킴으로써 음악이 음악 이상의 경험이 되도록 하고자 한다”고 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