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한겨울 내수 시장’ 부동산부터 녹인다

입력 | 2014-07-18 03:00:00

[2주택자 전세소득 과세 철회]
최경환표 경기부양 드라이브 본격화




정부가 2주택 보유자의 전세소득에 대한 과세방침을 철회한 것은 내수 활성화의 열쇠인 부동산 경기를 단기간에 띄우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 이후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2주택자 전세소득 과세 철회 등 굵직한 정책들을 속도감 있게 쏟아내 침체된 부동산시장에 확실한 부양 신호를 주고 있는 것이다. 얼어붙은 시장심리를 자극하는 ‘최경환호(號)’의 과감한 규제완화 드라이브에 부동산시장에서는 기대감과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 부동산 대못 뽑아 내수 활성화

당초 새누리당의 계속된 요구에도 2주택자 전세소득 과세방침을 고수하던 정부가 17일 전격적으로 과세방침을 철회한 데에는 최 부총리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 부총리는 지난달 내정 직후 LTV, DTI 규제완화를 예고하는 등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2기 경제팀의 선결과제로 내걸었다. 지난달 30일에는 정부와 새누리당이 최 부총리가 원내대표 시절 추진했던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추진하기로 정부와 뜻을 모으기도 했다.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는 등 부동산시장에 이상신호가 지속되는데도 “정부가 나서서 집값을 띄운다”는 반발을 우려해 장기간 묵혀뒀던 ‘대못’들을 과감하게 뽑아내고 있는 것이다.

2주택자 전세소득에 대한 과세는 올해 상반기 부동산경기를 짓누른 대표적 요인 중 하나였다. 이 방침이 발표된 3월에 9484건이던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4월 8538건, 5월 6068건, 6월 5195건으로 줄곧 감소했다.

새 경제팀이 대대적인 부동산시장 띄우기에 나선 것은 부동산시장을 정상화시키지 않고 내수를 살리는 게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가계의 부채 대부분이 부동산에 쏠려 있는 상황에서 집값이 계속 떨어지면 가계소득이 늘어도 꺾어진 소비심리를 반등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이번 조치로 세금을 피할 수 있는 전세를 선호하는 집주인들이 늘어 전세난 완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큰 부동산시장 정상화는 2기 경제팀의 최대 목표인 ‘저성장 탈출’의 핵심 키워드이기도 하다. 최 부총리는 이달 8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주택시장은 연관된 산업이 많고 고용유발 효과가 크다”며 “경제 활력을 높이고 내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주택시장 정상화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 주택거래 활기 기대와 가계부채 우려 공존

대부분의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신속하게 발표되는 새 경제팀의 조치들을 반기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2주택자의 전세소득에 대한 과세방침 철회는 임대사업을 하려는 사람이나 투자 목적으로 주택 매입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여하도록 유도해 주택 거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시장 거품이 꺼져 고통을 겪던 미국인들도 2012년 하반기부터 주택 거래가 활성화됨에 따라 빚을 갚을 수 있었다”며 “가계부채 때문에 신빈곤층으로 추락하는 중산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택이 활발하게 거래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잇따른 대책에도 불구하고 주택 거래가 활성화되는 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 H공인중개사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정부 대책이 추가될 때마다 문의는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거래에 나서는 사람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집값이 앞으로 크게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적어서인지 일단은 관망하겠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부동산 규제완화와 관련해 가계부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정부가 지속적으로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준구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가계부채 증가의 위험을 무릅쓰고 무슨 수를 쓰든 주택시장이 다시 열기를 띠기만을 바라는 것은 ‘폭탄 돌리기’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세종=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