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지원 소방헬기 추락 원인은?
○ 갑작스러운 기체 이상 생겼나
가장 유력하게 제기되는 사고 원인은 ‘기체 결함’이다. 헬기 추락 장면을 목격한 최유석 씨(36·회사원)는 “기체가 아파트 6, 7층 높이에서 갑자기 땅바닥으로 거의 80도 각도로 곤두박질쳤다. 기수 부분이 땅바닥을 향했다”고 말했다. 다른 목격자는 “굉장히 큰 헬기 엔진굉음이 나다가 마지막 순간에 엔진이 멈춘 것처럼 조용해졌다”고 말했다.
군의 교신 내용을 봐도 조종사는 사고 직전 헬기를 제어하지 못했다. 관제를 맡았던 공군 제1전투비행단은 사고 헬기에 “지상 7000피트(약 2133m) 상공으로 상승하라”고 여러 차례 지시하고, 사고 헬기 역시 “상승하겠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지상 3600피트(약 1097m)까지 상승한 이후 응답이 끊어진 채 추락했다.
반면 사고 헬기의 정비를 담당한 정비사들은 정비 당시 기체 이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강원도소방본부 정비사 곽희봉 씨(43)는 “제3차 세월호 수색 지원(7월 2∼6일)에서 복귀한 사고 헬기를 7일 정비했는데 당시 기체에 이상이 없었다”며 “조종사들도 기체 이상 징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헬기는 일반 항공기와 달리 조종사 비상탈출 좌석이 없다. 통상 낙하산도 준비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추락 사고가 발생할 경우 탑승객 대부분이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최쌍용 구미대 교수(헬기정비학과)는 “헬기는 기체 위에 프로펠러가 돌고 운항 고도가 낮아 비상탈출 좌석이나 낙하산을 쓰지 못한다”며 “기체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최대한 불시착을 하도록 유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방방재청은 이날 유로콥터사가 제작해 2001년 국내에 도입한 사고 헬기(AS365-N3)와 같은 기종의 헬기 7대를 운항 중지시켰다.
헬기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기상은 사고 당시 크게 나쁘지 않았다. 사고 현장에서 4.5km 떨어진 광주과학기술원 기상 측정에 따르면 사고 당시 광주 광산구의 강수량은 시간당 4.5mm, 풍속은 초속 4.5m 정도였다. 안개도 없었다. 사고 조사 관계자는 “안개나 돌풍, 집중호우 등 심각한 기상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고 말했다.
이 같은 추정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사고원인을 밝히는 데는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이날 사고기에서 조종사 음성기록장치와 비행기록장치 등 블랙박스를 수거했다.
사고조사위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발생한 LG전자 헬기의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충돌 사고도 연말이 돼야 조사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조사도 1년 가까이 걸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