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 듣고 달려온 유족들 넋잃어
17일 오후 2시 30분경 강원 춘천시에서 한 대의 버스가 광주를 향해 출발했다. 헬기 추락으로 숨진 소방대원 5명의 유족 12명을 태운 버스였다. 시신이 수습된 광주 광산구 왕버들로 KS병원까지 5시간 가까운 긴 시간이었지만 버스 안에서는 유족들의 오열이 한순간도 끊이지 않았다. 버스가 두 차례 휴게소에 멈췄지만 유족들은 한 명도 내리지 않았다. 춘천소방서가 준비한 물과 음료수도 마시지 않았다. 그저 “믿을 수 없다”는 탄식과 흐느낌만 이어졌다.
오후 7시 7분경 버스가 병원에 도착했다. 사망자의 어머니로 보이는 50대 여성이 쓰러지듯 버스에서 내렸다. 이 여성은 소방서 직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우리 아들 왜 죽었어, 우리 아들이 왜 죽어”라며 절규했다. 가족의 죽음을 실감하지 못하는 듯 한 남성은 연신 한숨만 내쉬며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후 6시 50분경 이들보다 먼저 병원에 도착한 한 30대 여성은 엄두가 나지 않는 듯 장례식장 입구에 주저앉았다. 순직 소방대원의 여동생이라고 밝힌 이 여성은 “오빠 어떡해. 애들도 아직 어린데”라며 흐느꼈다. 병원 7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브리핑이 끝난 뒤 한 유족은 “출근하다가 라디오로 사고 소식을 들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며 탄식했다.
진도체육관과 팽목항에 머물던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도 충격에 빠졌다. 가족들은 추락한 소방헬기가 세월호 실종자 수색작업에 참여했다가 복귀하는 중이었다는 소식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우리를 도와주러 멀리 강원도에서 오신 분들이라는데, 너무 가슴 아프다”라며 “기상 상황이 나빠 헬기가 뜨지 못하고 수색도 못했다는데 왜 복귀하려 했는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팽목항에서 수색작업을 지원하던 소방대원들은 하나같이 착잡한 모습이었다. 이들은 일하던 중간중간 굳은 표정으로 뉴스를 지켜보거나 가족들의 안부 전화를 받기도 했다. 전남도소방본부 소속 김모 소방장(45)은 “13일에도 제주에서 소방관이 화재 진압 도중 순직한 소식을 들었는데 또 동료들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마음이 더할 수 없이 무겁다”고 말했다.
광주=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