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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광역버스 立席금지 소동

입력 | 2014-07-18 03:00:00


광역버스는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를 통해 수도권 외곽과 서울 도심을 연결해주는 서민의 발이다. 승용차나 지하철을 이용할 수 없는 외곽 주민에게는 사실상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그런데 이름만 좌석버스이지 출퇴근길에는 입석(立席) 버스가 된 지 오래다. 빠르게 달리는 버스에서 서 있는 것은 위험하다. 그래도 “왜 입석으로 운행하느냐”고 항의하는 승객은 없다. 오히려 붐벼도 꼬박꼬박 태워주는 운전사가 고맙다.

▷세월호 참사의 불똥이 광역버스로 튀었다. 세월호 사고가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과 켜켜이 쌓인 적폐로 발생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정부가 안전 확보 차원에서 입석으로 운행하는 광역버스를 단속하기로 했다.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를 오가는 차량에선 승객이 모두 앉은 채 안전벨트를 해야 한다는 것이 현행 도로교통법 규정이다. 국토교통부는 5월 광역버스 입석 금지 법안을 입법 예고하고 7월 16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입석 금지 단속 첫날, 광역버스는 좌석이 다 차면 정류장을 지나치고 승객을 태우지 않았다. 그러나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일부 버스는 승객을 태웠다. 빗발치는 승객 항의에 굴복했다. 경기도는 출근길 교통난 해소를 위해 버스 188대를 증차하고 배차 간격을 단축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차를 늘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광역버스는 출퇴근 시간 말고는 텅텅 빈 채 다닌다. 증차에 따른 비용 상승이 세금이나 요금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누군들 입석 버스를 타고 싶어 타겠는가. 좌석버스에서 모처럼 자리를 잡아 등받이에 머리를 기대고 졸고 나면 출근하는 기분도 산뜻하다. 현실적인 고려 없이 “원칙대로 밀어붙이면 그만”이라는 정부의 태도는 너무 안이하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건설이 좋은 대안이지만 시일이 너무 오래 걸리고 투입 예산도 만만찮다. 고속도로의 일부 구간에서 입석을 합법화하는 방안, ‘나 홀로’ 승용차에 한 사람 더 태우기 운동, 이층버스 도입도 검토해볼 만하다. 안전한 사회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길에 중지(衆智)를 모아야 한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