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경기가 ‘바티칸 더비’로 불리며 세간의 관심을 끌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례적으로 아르헨티나를 위해 기도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립을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현 교황은 자타가 공인하는 축구 마니아인데 어린 시절부터 부에노스아이레스 지역 프로팀의 열렬한 팬으로, 베네딕토 16세는 고향팀인 독일 프로축구 바이에른 뮌헨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결승전이 독일의 1 대 0 승리로 끝난 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교황청 관계자는 “교황이 중립을 지키기 위해 경기를 직접 지켜보지 않았다. 경기 결과를 보고받았다”고 했습니다. 교황이 그 결과에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국내 가톨릭 교계에서도 결승전은 사제들 사이에 관심거리였습니다. 교계의 대표적 베스트셀러 저자인 차동엽 신부는 아르헨티나를 응원했다고 합니다. 차 신부 주위에서는 “예정된 강연에 영향받을 정도로 신부님이 상심했다. 아르헨티나가 우승했다면 경제적으로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되지 않았겠냐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아르헨티나 현지의 반응은 좀 더 심각했습니다. 해외 이민자 출신으로는 최초로 외국 교구의 주교가 된 문한림 주교는 통화에서 “월드컵 결승전 패배로 아르헨티나 전체가 큰 슬픔에 빠졌다”고 했습니다.
종교와 그다지 관계없는 축구 얘기를 왜 길게 언급하느냐고요? 이들 종교인의 반응에서는 사람들과 함께하려는 마음이 공통적으로 느껴집니다. 애써 중립을 지키고, 그 결과에 상심한 이들에게 위로를 보내는 따뜻한 온기입니다. 월드컵은 끝났지만 이런 배려가 지구촌 곳곳에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