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하다. 북한 선수들이 대규모로 남한을 다녀간 것은 부산 아시아경기대회와 2003년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등 세 번이나 되는데 어떤 선수들이 다녀갔고, 어떤 성적을 거뒀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선수보다는 오히려 미모로 집중 조명을 받은 여성 응원단만 떠오른다. 북으로선 남측의 대북 경계심을 허무는 데 미녀들을 동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올해 9월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에 북측 선수단과 응원단이 참석하는 문제를 논의한 17일 남북 실무회담이 아무런 합의도 거두지 못하고 결렬됐다. 북측은 그 책임이 선수단과 응원단의 비용 문제에 대해 자부담(自負擔) 원칙이라는 국제관례를 요구하고, 대형 인공기와 한반도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 남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북측은 “대회 참가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반면 남측은 “북측이 ‘청와대 지령’ 운운하며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북측은 왜 과거 관행대로 안 해주느냐는 얘기고, 우리 측은 그렇게는 못하겠다는 생각인 듯하다.
한기흥 논설위원 eligius@don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