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먼저 시 주석 방한은 1992년 양국 수교 이후 중국이 일관되게 남북한 간에 유지해온 균형정책, 즉 경제는 한국에 기울지만 정치적으로는 지속적으로 북한에 접근하는 그런 정책을 깨뜨렸다. 시 주석은 과거 지도자들이 먼저 평양을 방문하고 후에 서울에 오는 관례를 한 방에 깨고 한국을 먼저 찾았으며 북한에는 냉담하게 대하고 있다. 이는 시 주석으로서는 매우 중요한 정책적 결단이다.
현재 한국은 미국의 군사동맹국이며 미일은 중국에 ‘전략적 압박’ 정책을 취하고 있다. 이는 중국에서 미국의 전략 의도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중국 내 민족주의 강경파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주고 있다.
중국은 중한 관계 정상화 이후에도 남북한 간에 줄곧 평형 정책을 유지할 수 있었다. 중국은 한국에 북-중 관계는 역사적 지리적 특수성이 있다고 분명히 말했다. 이런 특수성은 중한 관계가 개선된다고 해서 자동 소멸될 것도 아니다. 그런데 시 주석은 이번 방한 중에는 ‘중조(中朝) 관계는 특수관계’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서울대 강연 중 시 주석은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유지하고 이를 추진하면서도 남북 관계 개선도 바란다고 분명히 말했다.
시 주석의 방한은 중국에서 중국인의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북한 인식’을 바꾸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는 장차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어서 의의가 크다. 이것 역시 이번 시 주석의 한국 방문에서 한국인들이 보지 못한 수확이다.
시 주석이 비록 공개 발언 중에는 대북 정책에 대해 ‘새로운 말’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중조 관계가 냉담한 가운데 시 주석이 방한한 것은 행동으로 말한 것으로 생각된다. 중국이 올해 북한에 석유 공급을 중단한 지 5개월이 됐다. 이는 냉전이 끝난 뒤 중국의 대북한 관계에서 보지 못했던 강경 자세다.
게다가 시 주석이 한국만 단독 방문한 것은 북한을 향한 경고일 뿐만 아니라 중국의 대북정책이 전환의 시기가 왔음을 알리고 있다. 시 주석의 한국 방문을 전후해 중국 언론에는 북한과의 전통적인 정책을 계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한발 나아가 ‘북한을 버려야 하는가’에 대한 토론도 활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