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나라에 온 꼬마 손님들. 금방이라도 요정이 날아다니고, 마법사가 마술을 부리기라도 하는 듯, 초롱초롱 눈망울엔 호기심이 가득하다. 동굴은 이미 합창단공연과 팝페라 공연이 펼쳐지고, 각종 토론회와 패션쇼 등이 열리고 있다. 2011년 문을 연 이래 광명시의 땅속 문화마당으로 자리잡았다. 요즘 휴일엔 하루 1만3000명 가까이 몰린다. 동굴은 시원하다. 동굴은 환상의 나라다. 광명=박경모 전문기자 momo@donga.com
기형도는 광명 소하리에서 대부분을 살았다. 태어난 곳은 옹진군 연평도. 하지만 그가 네 살 때(1964) 그의 가족은 소하리로 이사했다. 당연히 그의 작품에는 광명을 배경으로 하는 것이 많다. 안양천이 무대가 된 ‘안개’도 그렇다. ‘이 읍에 처음 와본 사람은 누구나/거대한 안개의 강을 거쳐야 한다’로 시작된다.
광명전통시장은 시끌벅적 활력이 넘친다. 전국 7번째 규모로 가게가 400여 개나 된다. 터 1만9223m²(5800여 평)에 한복집, 떡집, 참기름집, 반찬가게, 새마을설비집, 금은방, 싸전, 국화빵집, 그릇백화점, 방앗간, 꽃집, 두부집, 생닭집, 이불집, 커튼집, 주단집, 보세옷가게,액세서리가게, 채소가게, 과일가게, 어물전 등 없는 게 없다. 하루 1만여 명이 북적인다. 오밀조밀한 시장골목이 미로 같다. 물건 구경하는 재미에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옛날 시골장터 분위기가 물씬 난다. 정겹다. 인근 서울사람들도 많이 찾는다.
2011년 광명시가 사들여 문화예술공간으로 거듭났다. 동굴엔 예술의 전당, 영화관, 전시관이 있다. 토론회, 합창단과 팝페라 공연, 3D영화, 패션쇼 등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와인, 새우젓, 김치, 막걸리 등 발효식품 저장창고로도 쓰인다. 서울 여의도에서 40분 거리.
기온이 연평균 12℃에 머물러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듯하다. 요즘 휴일엔 1만3000명 가까이 몰릴 정도. 유치원아이들의 필수코스다. 어두컴컴한 동굴은 아이들의 환상을 자아내기에 안성맞춤이다. 동굴탐험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쏴아! 쏴아! 시원한 대숲바람소리가 들린다. 땀방울이 한순간에 사라진다. 02-2680-6576
쉬며 놀며 더위를 피할 곳은 1경인 도덕산 정상(183m)의 정자 ‘도덕정’이 딱이다. 발아래 광명시내가 한눈에 펼쳐진다. 7경 구름산 산림욕장은 솔바람샤워가 으뜸이다. 우뚝우뚝 솟은 나무들의 피톤치드 향내가 머릿속을 맑게 한다. 곳곳에 마련된 쉼터에서 삼삼오오 짝을 지어 수다를 풀다보면, 한세상 온갖 시름이 스르르 사라진다. 3경 안터생태공원은 요즘 홍련꽃과 백련꽃이 한창이다. 검은 나비잠자리가 너울너울 춤을 추며 짝짓기에 분주하다. 보호종 금개구리는 물속에서 좀처럼 몸을 드러내지 않는다. 8경 안양천 둔치는 걷기천국이다. 인라인과 자전거낙원이다. 2경인 KTX광명역이야 두말할 필요 없다. 철로 만든 한옥이요, 쇠로 만든 외씨버선이다. 언뜻 보면 낮엔 날아갈 듯한 공항이요, 밤엔 불 밝힌 우주선이다.
광명 8경 스탬프. 8경여행을 마치면 관내 CGV할인혜택을 준다.
시인 기형도를 키운 건 팔 할이 광명시였다. 그는 그곳에서 감수성 많은 유년시절과 청소년기를 보냈다. 격동의 연세대학시절도 마찬가지. 그는 광명의 흙과 바람과 안개를 맞으며 문학청년의 꿈을 키웠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빈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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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김화성 전문기자 mar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