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바탕 한강의 기적… 이젠 평화통일의 디딤돌로
지난해 7월 27일 한미연합사령부 주관으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의 집에서 열린 정전협정 60주년 기념식에서 북측 경비병들이 행사 장면을 카메라로 찍고 있다. 동아일보DB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7월 27일 워싱턴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에서 열린 정전협정 체결 60주년 기념식에서 6·25전쟁을 이렇게 평가했다.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정전 기념식에 참석한 그는 “지금 한국이 누리는 자유와 민주주의, 역동적 경제는 전쟁에서 승리한 데 따른 유업(legacy)”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계기로 미국에서 6·25전쟁은 더이상 ‘잊혀진 전쟁’이 아닌 ‘영예로운 전쟁’이자 ‘영광의 승전’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해 정전 60주년 기념식에서 정전협정일을 ‘유엔군 참전의 날(국가기념일)’로 선언하고 참전영웅들의 희생과 헌신을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 6·25는 ‘영광의 승전(勝戰)’
하지만 미국과 캐나다 등 유엔 21개 참전국은 정전협정일을 ‘한국전쟁 참전기념일’로 정하고, 국가 차원의 기념식을 개최해 왔다. 두 나라는 올해도 정부와 민간 차원의 다양한 기념행사를 열 계획이다. 허남성 국방대 명예교수는 “세계 최빈국이었던 한국이 전쟁의 참화를 딛고, 60여 년 만에 경제대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자유진영의 피땀과 정전체제라는 점을 후대에 각인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시적 전쟁 중단 상태인 정전(停戰)은 ‘불안한 평화’를 뜻한다. 하지만 한반도 정전체제는 60년 넘게 전쟁 방지와 평화 보장을 담보하는 ‘안전판’ 역할을 해왔다. 이는 정전협정 유지를 위한 군사적 보장 장치(유엔사)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한미 군사동맹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김재창 한미안보연구회장(전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은 “이승만 정부가 유엔사로 하여금 정전유지 책임을 맡도록 하고, 협정 체결 3개월 뒤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맺은 것은 국가 생존을 위한 전략적 결단”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을 끈질기게 요구하며 유엔사 해체를 통한 한미동맹 와해를 기도하고 있다.
○“종전의 시대 앞당기는 촉매제로”
정전의 역사는 대한민국과 한미동맹의 발전사다. 한미동맹을 버팀목 삼아 정전체제는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고, 외국자본의 투자 유치를 통해 국가 발전에 기여했다. 양영조 군사편찬연구소 군사사부장은 “국방비 절감으로 국가예산을 경제발전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한국은 ‘한강의 기적’을 이뤄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 이후에도 무디스 등 해외 신용평가회사들은 탄탄한 한미동맹을 신뢰하면서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유지하거나 상향 조정했다. 군 관계자는 “정전협정을 떠받치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유사시 미국은 5개 항모 전단 등 전체 전력의 50%를 한반도에 증원하도록 돼 있다”며 “이는 한화로 250조 원 이상의 가치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