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채영이 20일 제주 오라골프장에서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연장 접전 끝에 프로 데뷔 첫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제공|KLPGA
■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초대 챔프·데뷔 첫 우승
작년 상금 랭킹 41위 추락이 터닝포인트
독하게 덤볐더니 160경기만에 꿈 이뤄
요즘 쉽게 포기하는 후배들 안타까워…
인내하고 기다리면 언젠가 기회는 올것
“‘올해는 꼭 우승을 해야지’라고 다짐한 게 벌써 9년이나 됐다. 참 오래 걸렸다.”
160경기 만에 첫 우승의 꿈을 이룬 윤채영(27·한화)이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활짝 웃었다. 9년이나 기다려온 우승이기에 더 감격적이고 짜릿했다.
9년이나 기다려온 우승이지만, 쉽게 오지 않았다. 11언더파 205타로 경기를 끝낸 윤채영은 김해림(25·하이마트), 장수연(20·롯데마트)과 함께 연장전에 돌입했다. 공교롭게도 3명 모두 우승 경험이 없는 선수들이었고, 18번홀(파4)에서 펼쳐진 연장전 동안 긴장감이 맴돌았다.
숨 막히는 순간, 윤채영의 7번 아이언 샷이 빛났다. 140야드에서 친 2번째 샷을 홀 80cm에 붙여 승기를 잡았다. 김해림도 1.5m에 붙여 버디 기회를 만들었지만, 아쉽게 홀을 빗나가 우승을 날렸다. 윤채영은 버디 퍼트를 놓치지 않으면서 대회 초대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우승이 확정되자 뜨거운 눈물을 쏟아낸 윤채영은 “울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축하를 받으니 눈물이 났다. 나도 첫 우승을 원했지만, 부모님의 마음도 나 못지않으셨을 것이다. 그래서 더 눈물이 난 것 같다”고 말했다.
2006년부터 정규투어에서 활동을 시작한 윤채영은 늘 상위권을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상금랭킹 41위까지 추락했다. 그게 윤채영을 단단하게 만드는 터닝포인트가 됐다. 지금까지는 ‘기회가 오겠지’라는 마음으로 기다렸지만, 착각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우승은 더 멀어져 갔고, 해마다 더 강한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그녀의 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한편 공동 14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박인비(26·KB금융그룹)는 이날 홀인원을 포함해 5타를 줄이며 합계 10언더파 206타를 쳐 공동 4위에 올랐다. 박인비는 21일 미국으로 떠날 예정이다.
제주|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