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품 훔치고 현장훼손 심각
20일 말레이시아항공 MH17 여객기 추락 현장은 방치된 시신이 여전히 적지 않은 상태다. 시신은 서울 여의도 면적의 약 4배인 34km²에 흩어져 있고 이미 심각하게 훼손됐다. 특히 발견된 시신들은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수중으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BBC에 따르면 이날 오전까지 추락 현장에서는 희생자들의 유품도 도난당했다. 일부 주민들은 시신을 직접 뒤지기도 했다. 옥수수와 해바라기 밀 등이 심어져 있는 인근 들판에는 희생자들의 몸에서 떨어져 나간 팔, 다리 등이 가방, 옷가지 등과 뒤섞여 있다고 BBC는 전했다.
추락 현장을 장악하고 있는 반군은 현장 보존에는 뒷전이다. 기관총으로 무장한 한 반군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현장 보존은 우리 임무가 아니다”라며 “우리는 외국인을 감시하거나 죽이기 위해 이곳에 있다”고 말했다.
반군들은 “시신을 국제조사단이 도착할 때까지 보관하겠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정확히 몇 구의 시신이 어디에 보관됐는지, 왜 일부 시신을 안치소로 옮겼는지 등은 설명하지 않았다. 한편 이번 말레이시아 항공기 피격사건으로 숨진 승객과 승무원 298명의 국적이 최종 확인됐다. 네덜란드(193명), 말레이시아(43명·승무원 15명 포함), 호주(27명), 인도네시아(12명), 영국(10명), 독일 벨기에(각 4명), 필리핀(3명), 캐나다 뉴질랜드(각 1명)로 집계됐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