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배우들 첫 위안부 영어연극 ‘컴포트’ 브로드웨이서 첫선
객석은 29석. 관객은 17명뿐이었다. 하지만 배우 9명이 펼치는 열연은 모두에게 뜨거운 감동을 전했다. 이 작은 연극이 ‘큰 역사’를 만들지 모른다는 예감마저 들었다.
18일 오후 6시(현지 시간) 미국 뉴욕 36번가에 있는 소극장 ‘주얼박스 시어터’의 4층 공연장.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연극 ‘컴포트(Comfort)’가 처음으로 브로드웨이 관객에게 선보여졌다. 미국 배우들이 영어로 공연하는 최초의 위안부 연극이었다. 소규모 실험극을 모아서 공연하는 ‘오프(off)-브로드웨이’ 연극제의 한 작품으로 무대에 올랐다.
▶본보 16일자 A25면 참조… “편안하지 못했던 위안부의 진실, 미국인들에게 알려야죠”
록순이 5명의 일본군에게 둘러싸여 성폭행을 당하는 장면이 묘사될 때 록순이 외치는 “스톱(stop)! 스톱! 스톱!” 절규는 관객들도 몸서리가 쳐질 정도로 처절했다.
▽록순=전쟁이 끝난 뒤 그들은 사과를 했나요?
▽피터=사과를 하곤 했죠.
▽록순=하곤 했다니요. 그건 무슨 뜻이죠?
▽록순=세상에 누가 ‘강간(rape)’을 당하기 위해 자원을 하나요. 그들은 우리가 따라가지 않으면 부모님을 감옥에 집어넣겠다고 위협했다고요.
▽피터=하루에 몇 번이나 ‘그 일’을 당했나요.
▽록순=보통 50번에서, 많으면 200번…. 그들에게 ‘날 죽여달라’고 애원했지만 죽여주지도 않았어요. 그저 저의 모든 걸 빼앗아 갈 뿐….
18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소극장에서 처음 공연된 연극 ‘컴포트’가 끝난 뒤 제작자 겸 배우인 루치오 페르난데스 뉴저지 유니언시티 시의원(왼쪽)과 배우들이 한국 위안부 할머니들의 사진을 들고 나와 인사하고 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객석의 할머니 관객 2명도 연신 눈가를 훔쳤다. 그중 림지 퍼셀 씨에게 소감을 물었다. “위안부(comfort woman)란 단어는 알고 있었지만 그 실상에 대해서는 잘 몰랐어요. 연극이 너무 감동적이고 강렬했어요.”
연극 ‘컴포트’는 뉴욕 공연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현지 유력지인 ‘저지 저널’은 최근 “이 연극은 ‘과거의 잘못이 미래에 반복돼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연 이틀째인 19일에는 관람석이 매진되고 미국 공연 담당 기자들이 취재를 나왔다고 허드슨문화재단 측이 전했다.
한국에서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처참하게 짓밟히는 주인공 ‘록순’(가운데). 허드슨문화재단 제공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