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機 미사일 피격]WP, 정부 당국자 인용 보도 “발사대, 러 국경 철수장면 포착” 우크라정부, 증거사진들 공개 러-반군측 “서방 음모” 강력 부인
러시아가 말레이시아항공 MH17을 격추시킨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과 운용 기술을 우크라이나의 친(親)러시아 반군에 지원했다는 정황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러시아와 반군은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점차 궁지에 몰리는 형국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 익명의 미국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가 MH17 격추 직후 우크라이나 반군에 지원했던 부크 지대공 미사일 발사대 3대를 러시아 영토로 다시 가져오려고 시도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사고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했으며 사고가 나자 증거를 없애려 했다는 결정적 단서가 드러난 셈이다.
WP는 또 우크라이나 반군이 러시아에서 대공미사일 조작 훈련을 받았다는 증거를 미국 군·정보당국이 상당수 확보했다며 필립 브리들러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령관이 지난달 30일 이를 확인하는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나다 국장은 “피격 다음 날인 18일 오전 2시경 부크 미사일 발사대 2대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러시아로 국경을 넘는 장면이 포착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관련 증거사진들도 공개했다. 부크 미사일 발사대 1대에는 미사일 4기가 모두 장착된 반면에 다른 발사대에는 미사일 1기가 없었다는 것이다.
나다 국장은 또 2시간 뒤인 오전 4시경 부크 미사일 발사 지휘차량을 포함한 차량 4대가 러시아 쪽으로 국경을 넘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의 발렌틴 날리바이첸코 국장은 “러시아인 부크 대원들이 직접 미사일을 조작했고 민간 여객기를 겨냥해 발사 버튼을 눌렀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와 반군 측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러시아 국방부 차관은 ‘로시야24’와의 인터뷰에서 “그들(국제사회)은 벌써 러시아와 반군을 유죄로 몰고 있다”며 “이는 지난 몇 달 동안 러시아가 겪은 정보전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반군 측도 러시아 무기를 보유한 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