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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00일]망각의 바다로 보내지 않을게

입력 | 2014-07-21 03:00:00

[세월호 100일, 기억하겠습니다]<上>시간이 멈춘 안산 고잔동




창문을 넘어 내리쬐는 7월의 뜨거운 햇볕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 학생이 빈 교실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습니다. 주인이 100일 가까이 자리를 비운 책상마다 국화가 놓여 있었습니다. 학생의 시선은 앞을 향했지만 보고 있는 것은 정면의 사물이 아닌 듯했습니다. 별것 아닌 일에도 ‘까르르’ 웃던 친구의 모습이 보고 싶었던 것이었는지, 기자는 차마 묻지 못했습니다.

계절이 바뀌었습니다. 눈이 부실 만큼 맑은 여름 하늘 아래, 학생들이 순식간에 사라진 경기 안산시 고잔1동과 와동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고요했습니다. 희생된 학생의 어머니는 생업인 세탁소 문을 닫아걸었습니다. 밤마다 누군가의 분노로 뒤덮였던 동네는 이제 울분을 토할 기력마저 잃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분향소를 찾는 시민이 조금씩 줄어드는 가운데 희생자 유족들은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닌 시간을 살고 있습니다. 한 유족은 “지금 밥을 먹고 있다는 것이 가장 슬프다”고 말했습니다.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떠나지 못한 한 어머니는 방파제에 매일 실종된 딸의 밥상을 차립니다.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진 못한 실종자 10명에게는 죽었어도 죽은 것이 아닌 시간이 흐르고 있습니다. 지나가는 이가 툭 던진 “못 찾은 주검은 다 잃어버렸을 것”이라는 말에 기다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은 마른 눈물을 훔칩니다.

생사가 뒤섞인 시간의 폐허 위에서 우직하게 한 걸음을 내딛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희생된 교사의 아버지는 딸의 제자들에게 “마음을 다잡고 공부 열심히 하라”며 밥을 사 먹였습니다. 유족들은 ‘세월호 특별법’ 통과를 촉구하며 광화문광장에서 단식 투쟁을 벌였습니다.

24일이면 세월호 참사(사망·실종 304명)가 일어난 지 100일이 됩니다. 동아일보는 이 아픔을 겪은 이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돌아보았습니다. 참사 이후 정책과 제도 개선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도 점검해 봤습니다.

더위와 태풍, 재·보궐선거 속에서도 그들을 잊지 않기 위함입니다. 우리가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가더라도, 지금은 선연한 노랑 리본이 바래고 언젠가 더이상 거리에서 볼 수 없게 되더라도, 가슴속에 기억의 방 한 칸을 마련하기 위함입니다. 무책임과 탐욕 속에 수장당한 무고한 영혼들이 대한민국을 새로운 가능성으로 이끌어줄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동아일보는 세월호 참사 이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고잔1동과 와동의 현재 모습을 입체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고잔동 리포트’ 기사를 동아닷컴, 채널A와 함께 인터랙티브(Interactive) 뉴스로 제작했습니다. 인터랙티브 뉴스는 기존의 기사 위주 보도와 달리 관련 사진과 그래픽, 동영상 등을 통합 편집한 새로운 형태의 뉴스 콘텐츠입니다. 스크롤, 클릭 등 독자의 행위에 반응해 움직이는 웹 페이지를 구현한 것으로 보는 뉴스가 아니라 시청하고 체험하는 뉴스입니다. 동아닷컴 홈페이지(news.donga.com/ISSUE/story/sewol)에 들어가면 고잔1동과 와동의 일상을 접할 수 있습니다.

<특별취재팀>

편집국 김상수 황금천 이성호 차장, 신광영 조종엽 이건혁 백연상 곽도영 최혜령 박성진 기자(사회부) 박영철 김미옥 양회성 기자(사진부) 권기령 김수진 기자(뉴스디자인팀)

채널A
김건준 차장(제작2팀) 이성환 PD(보도제작팀) 윤승우 PD(박앤박미디어)

동아닷컴
강미례 부장(통합뉴스편집팀) 배정한 차장, 조동진 과장(디자인팀) 임현우 차장, 최경선 과장(기술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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