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20일. 록스타의 정년퇴임. #117 Christopher Lee ‘The Bloody Verdict of Verden’(2013년)
배우 크리스토퍼 리의 2013년 헤비메탈 앨범 ‘샤를마뉴: 디 오먼스 오브 데스’ 표지.
최근 영국 헤비메탈 밴드 주다스 프리스트가 6년 만의 신작인 ‘리디머 오브 솔스’를 냈다. 사륜구동 칼날 바퀴의 폭주를 닮은, 여전한 쾌작이다. 초인적인 고음으로 유명한 보컬 롭 핼퍼드(63)는 2012년 ‘에피타프’(묘비명)란 고별 순회공연의 서울 무대에서 힘에 부쳐보였다. 공연 중간 오토바이를 몰고 무대로 튀어나오는 특유의 퍼포먼스는 여전했다. 이번에 주다스 프리스트는 두 기타리스트 중 케이케이 다우닝(63)이 떠난 공백을 1980년생 리치 포크너가 메움으로써 고별을 번복하고 부활했다.
록 음악계의 숱한 노장에 비하면 핼퍼드는 청년이다. 8월 내한하는 오지 오즈번(66)도 있고, 로니 제임스 디오(1942∼2010) 역시 말년까지 마이크를 안 놨다. 디오, 블랙 사바스, 레인보를 거친 디오는 주먹 쥐고 검지와 새끼손가락을 세우는 포즈, ‘메탈 혼스’를 대중화시킨 스타다.
이제 최고령 록스타를 소개할 차례다. 20세기 중반 드라큘라 백작, 21세기 ‘반지의 제왕’ ‘호빗’ 시리즈에서 악의 화신 사우론의 하수인이 된 마법사 사루만으로 스크린을 휘저은 배우 크리스토퍼 리(92)는 2010년부터 거의 매년 헤비메탈 앨범을 내고 있다. 올해도 냈다. 그는 현실에서 헤비메탈 제왕 자리를 노리고 있다. 그것도 구순(九旬)에 이르러서야. 정년 넘어 청년 쪽으로 가는 신예 록스타다.
리는 유럽사 강의와 헤비메탈을 섞은 듯한 음반에서 샤를마뉴 대제 역을 자임해 묵직한 내레이션에 노래까지 들려준다. 영국 헤비메탈 잡지는 2010년 리에게 ‘스피릿 오브 메탈’상을 줬다.
16일(현지 시간) 미국 블루스 록 기타리스트 자니 윈터(1944∼2014)가 스위스 취리히에서 별세했다. 약물 중독 후유증에 신음하다 말년에야 조금 회복한 그는 9월 새 앨범을 낼 작정이었다. 지난 봄, 미국 오스틴의 허름한 바에서 난 쇠약한 윈터의 신들린 연주 사이로 이율배반과 어떤 ‘스피릿’을 봤다. 나이 들고 쇠락하는, 시간과 중력의 저주는 가끔 뜻밖의 상대에 쓰러진다. 영혼이 육체를 움직이는 순간에.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