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만화박물관 수장고를 가다
《 한국 만화의 수도, 경기 부천시엔 해마다 관람객 30만 명이 찾는 한국만화박물관이 있다. 관람객들은 1층부터 4층까지 만화영화상영관, 만화도서관, 만화역사관, 만화체험관을 둘러보며 만화의 재미에 흠뻑 빠진다. 그런데 박물관 지하에는 외부인 출입이 금지된 ‘비밀 공간’이 있다. 한국만화유산이 숨쉬고 있는 국내 유일의 만화 수장고다. 오재록 한국만화영상진흥원장은 “‘웹툰 시대’를 맞아 올봄부터는 디지털 수장고 격인 웹툰 아카이브 시스템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
경기 부천시 한국만화박물관 지하 수장고에서 만난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 ‘날아라 슈퍼보드’ ‘달려라 하니’ ‘엄마 찾아 삼만리’ 원화. 만화가의 섬세한 그림 솜씨와 완벽을 위한 지우개질이 남아 있어 원본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우라를 만날 수 있다. 수장고에 보관된 만화유산들은 박물관 전시나 단행본 복간을 통해 독자들과 다시 만난다. 부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작업실을 지나니 원고 수장대가 놓인 보관실이 나왔다. 육필원고 10만 장과 희귀 만화자료 8000여 권이 보관돼 있다. ‘엄마 찾아…’와 함께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토끼와 원숭이’(김용환) 단행본, 한 시대를 풍미한 인기 캐릭터 요철발명왕(윤승운), 달려라 하니(이진주), 아르미안의 네 딸들(신일숙)도 있다. 이곳은 다른 박물관 수장고처럼 컴퓨터 시스템으로 365일 항온(20도) 항습(50%)을 유지한다. 외부 화재 때는 고성능 방화문이 막고, 내부 화재가 발생하면 하론 가스가 분출돼 원고 손상을 막는다. 수장고에서 만난 만화 캐릭터의 입을 빌려 추억을 더듬었다.
이런 나도 오랫동안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어. 이 화백 작업실인 서울 마포 한 옥탑방의 박스 안에서 잠자고 있었거든. 원고 3만 장이 비좁은 곳에 갇혀 있다 보니 내 몸에 곰팡이가 피기도 했어. 그런데 지난해 11월 이 화백이 한국만화박물관 수장고에 나를 기증하면서 이곳에 왔지. 덕분에 9월 28일까지 박물관의 ‘이상무 기증자료 특별전-돌아온 독고탁’ 기획전으로 팬들을 만날 수 있게 됐어.
○ 나를 꼭 보셔, 저팔계
○ 보고 싶다 친구들아, 주먹대장
부천=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민재 인턴기자 연세대 행정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