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촌 소녀와 게이 소년 이야기 담은 佛소설 ‘빌리’의 작가 안나 가발다
신작 ‘빌리’를 펴낸 프랑스 작가 안나 가발다. 그는 “‘빌리’는 소설이라기보다 한 소녀가 밤하늘의 별을 향해 털어놓는 고백이며 간절한 기도다”라고 말했다. 동아일보DB
프랑스 작가 안나 가발다(44)는 고통스러운 과거와 찌든 현실에 갇힌 열다섯 살 빌리와 프랭크의 이야기를 신작 ‘빌리’(문학세계사·사진)에 담았다. 가발다는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작가’로 불린다. ‘빌리’는 지난해 프랑스에서 출간과 함께 아마존에서 연속 4주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지켰다. 작가가 e메일을 통해 이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남녀 간의 우정도 사랑만큼 아름답고 열정적일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세상에는 얼마든지 순수한, 정신적 사랑이 존재한다. 섹스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거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두 영혼 간의 진정한 소통과 합일을 이뤄내는 그런 관계 속에서 위대한 사랑이 탄생한다.”
“우리는 다들 끊임없이 동화의 세계에서 슬픈 현실의 삶으로 외줄타기를 하며 살아가는 곡예사인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감수성이 바로 이 외줄인 셈이다. 책을 읽거나 모든 형식의 예술을 감상하는 일이야말로 바로 외줄 위에 선 우리를 붙들어주는 중심 추와 같은 거다. 빌리와 프랭크가, 우리가 휘청거리면서도 평형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기를 바란다.”
빌리와 프랭크는 학교에서 알프레드 드 뮈세의 2인극을 함께 준비하면서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한 차원 높은 우정을 경험한다. 연습 과정에서 프랭크는 자존감이라고는 없는 빌리에게 미국의 전설적인 재즈가수 빌리 홀리데이의 불행한 어린 시절을 들려주며 어깨를 다독인다.
“뮈세의 희곡을 등장시킨 것은 이 작품을 알려준 프랑스 문학 담당 선생님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였다. 훌륭한 선생님을 만났을 때 우리 삶의 방향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주인공의 이름은 존경하고 흠모하는 미국 소설가 로리 콜윈(1944∼1992)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콜윈의 ‘프랭크와 빌리’라는 소설이 있다. 일찍 세상을 떠난 그녀를 추모하려고 빌리와 프랭크라는 이름을 빌려왔다.”
가발다는 TV 출연 요청에는 일절 응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들 사이에서 그들을 관찰하고 이야기를 듣는 것이 창작의 원천인데 얼굴이 너무 알려지면 그 일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이 그 이유다. “집에 TV가 없다. 라디오도 잘 듣지 않는 편이다. 세상을 관찰하고 알아가는 유일한 방법은 주변을 돌아보는 거다. 우연히 마주치는 사람과도 대화를 시도한다. 그들에게 인생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그 답에 귀 기울이고 또 다른 질문을 한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매료돼 있고 그들을 더 자세히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