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로마의 트레비 분수와 체코 프라하의 카를 다리도 관광객을 매혹하는 이야기의 힘을 보여준다. 분수의 도시로 알려진 로마에서도 트레비 분수는 가장 유명하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동전을 던진 그곳. 한 번 던지면 로마에 다시 돌아오고, 두 번 던지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낭만적 이야기 덕에 전 세계 동전들이 여기로 모여든다. 프라하의 명물 카를 다리엔 양쪽으로 15개씩 조각상이 늘어서 있다. 그중 한 곳에 유독 관광객들이 북적인다. 네포무크 상 아래 동판을 어루만지면 소원을 들어준다고 한다.
▷서울에 오는 중국인 관광객들(유커) 사이에는 이화여대가 순례코스다. 정문의 배꽃 문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좋은 남자와 결혼한다는 소문이 유커들 사이에 퍼져 있다. 이화(梨花)의 중국어식 발음이 ‘돈이 불어난다’는 뜻의 리파(利發)와 발음이 비슷한 것도 중국인의 발길을 끄는 모양이다. 덕분에 이화여대 앞 상권은 ‘제2의 명동’으로 부활했다. 하지만 학생들 사진을 몰래찍어 포털사이트에 올리는 블로거에, 무단 웨딩 촬영을 하는 커플에, 열람실 유리벽 너머에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유커도 있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