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내수 살리기 드라이브]
정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시행 늦추고 보완대책 마련
자동차 저탄소부담금도 재검토
경제 활성화를 최대 국정목표로 삼은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이 기업에 부담을 주는 환경규제들을 잇달아 손보기 시작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정부는 이명박 정부 시절 대거 도입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와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 같은 환경규제들을 재검토하거나 시행 시기를 늦추고 있다.
21일 정부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환경규제 중 가장 논란이 큰 제도로 2008년 정부가 녹색성장을 위한 ‘기후변화기본법’을 제정하면서 논란이 본격화됐다. 당시 정부는 2013년부터 이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으나 기업들이 반발하면서 시행 시기를 2015년으로 한 차례 연기했다. 이에 따라 주무 부처인 환경부는 올 10월 기업별로 배출량 할당치를 주고 내년 1월부터 이 제도를 시행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최 부총리 취임 이후 정부는 배출권거래제 시행 시기를 한 차례 더 늦추고 보완대책을 마련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얼마 전까지 강행을 예고했던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에 대해 정부가 방침을 선회한 것은 이 제도가 시행되면 막대한 비용 부담이 생길 것이라는 경제계의 지적에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9년 당시에는 2010년에 6억4400만 t의 온실가스가 배출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배출량은 이보다 5.8% 많은 6억6900만 t이었다. 2012년 실제 배출량 역시 7억190만 t으로 2009년 전망치(6억7400만 t)보다 4.1% 많았다. 배출권거래제는 배출 전망치를 기준으로 배출할당량을 정하기 때문에 전망치를 낮게 잡으면 그만큼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진다.
정부는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에 대해서도 이르면 이달 말 관계 부처 협의를 통해 시행 시기를 늦추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이 제도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자동차에 부담금을 물리는 제도다.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가 디젤·하이브리드자동차 기술이 한국보다 발달한 유럽, 일본 등 경쟁국에 지나치게 유리한 구조인 데다 국내에서는 온실가스보다 미세먼지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이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정부 내에서도 커지고 있다.
세종=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