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간격을 두고 바라본 일본의 가족
31일 개봉하는 야마다 요지 감독의 영화 ‘동경가족’(왼쪽 사진)과‘동경가족’이 리메이크한 오즈 야스지로의 1953년 작 ‘동경 이야기’. 오드 제공
31일 개봉하는 ‘동경가족’은 오즈의 대표작 ‘동경 이야기’(1953년)를 리메이크한 야마다 감독의 작품이다. 두 감독이 60년 간격을 두고 바라본 일본 가족의 모습은 닮은 듯 다르다.
‘가족 해체’는 두 작품의 동일한 소재다. 시골 노부부가 자식을 만나기 위해 도쿄에 오지만 바쁜 자식들은 부모를 부담스러워한다. ‘동경가족’의 아버지(하시즈메 이사오)는 “자식은 부모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큰아들은 의사, 딸은 미용실을 운영하며 막내아들 쇼지(쓰마부키 사토시)는 앞가림을 못하는 철부지다. 모두 ‘부모 맘 같지 않은’ 자식이다.
부모님 식사에 회를 추가할지 고민하는 아내에게 큰아들이 “스키야키(전골)면 충분하다”고 말하는 장면이 똑같이 나올 만큼 야마다 감독은 선배의 작품을 ‘깨알같이’ 따랐다. 그러나 공장 굴뚝 연기가 인상적인 ‘동경 이야기’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급격히 경제성장을 하는 1950년대 일본의 모습이라면 초고층 빌딩 풍경이 주를 이루는 ‘동경가족’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의 이야기다. ‘동경가족’의 촬영은 2011년 4월 예정됐으나 그해 3월 대지진으로 제작을 연기하고 각본도 손봤다. ‘동경가족’의 쇼지와 노리코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자원봉사 활동을 하다가 처음 만난 것으로 나온다.
야마다 감독은 “오즈 감독과 대화하는 기분으로 ‘동경가족’을 만들었다”고 했다. 원작 ‘동경 이야기’가 부모의 시선으로 가족 해체를 바라보며 쓸쓸하게 끝났다면 ‘동경가족’에서는 자식의 시선도 비중 있게 다루고 완고했던 아버지와 쇼지의 화해를 암시하며 끝난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60년 전 오즈가 경제성장에 따른 가족 해체를 경고했다면 야마다는 이미 해체된 가족에서 새 가능성을 찾고 싶어했다”며 “대지진 후 일본 사회에 던지는 위로”라고 해석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