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이 본 뮤지컬시장
한국에서 뮤지컬 투자는 작품이 성공할 경우 단기간에 10∼15%의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지만, 실제로는 원금 회수가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다.
뮤지컬 제작사의 영세한 현실은 종종 멈추는 순간 넘어지는 자전거에 빗대어진다. 작품을 올려 투자를 받고, 투자금으로 이전 작품의 빚을 갚는 경우가 많다 보니 계속해서 새 작품을 무대에 올려야만 굴러간다는 의미다.
특수목적법인(SPC)으로 문화산업전문회사를 설립해 투자금을 해당 작품에만 사용하는 방법이 있지만 공연에서는 쉽지 않다. 투자자 B 씨는 “제작비 전액을 투자하는 조건으로 SPC를 설립하자고 하면 ‘그럼 힘들겠네요’라며 거부하는 제작자가 상당수”라고 말했다.
투자금 정산이 지연되는 것도 다반사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빚이 100억 원이 넘으면 빚진 사람이 갑이 된다”는 농담도 나온다. 투자자 C 씨는 “제작자 대부분이 집, 예금 등 자산이 없기 때문에 가압류를 신청하거나 소송해도 건질 게 없어 작품을 계속 올려 돈을 돌게 만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화와 달리 매출과 수익률이 공개돼 있지 않아 투자자가 알음알음으로 파악해야 한다. 제작사 대표가 경영과 창작을 겸하다 보니 경영 마인드가 부족한 경우도 많다. B 씨는 “무대 세트에 더 투자하고 군무 배우들을 늘리면 완성도가 높아지는 걸 누가 모르나. 공연도 엄연히 수익을 생각해야 하는 사업이라는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뮤지컬 투자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투자금을 해당 작품에만 사용하도록 투명한 회계가 정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설문 응답자 20명(가나다순)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