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5월 도피중 작성 추정 메모 공개 A4 31쪽 분량 거꾸로 쓴 다빈치체, 거울에 비춰 읽어야… 신도들 확인 “미심쩍은 의문 꼬리” 음모론 제기… “히틀러 하수인-인민재판” 표현도
유병언 씨가 직접 쓴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왼쪽 사진). 거울에 비춘 것처럼 위치를 조정해 보면 ‘가녀리고 가냘픈 大(대)가 太(태)풍을 남자처럼 일으키지는 않았을 거야’라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시사IN 제공
공개된 메모에는 “나 여기 선 줄 모르고 요리조리 찾는다. 마음에 없는 잡기 놀이에 내가 나를 숨기는 비겁자같이 되었네” 등 도피 중 심경을 암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아무리 생각을 좋게 가지려 해도 뭔가 미심쩍은 의문들이 꼬리(를 문다)”라며 검찰 수사를 ‘음모’로 받아들이는 듯한 내용도 적혀 있다.
“연일 터져대는 방송들은 마녀사냥의 도를 넘어 구시대 인민재판의 영상매체로 진화되어…” 등 언론 보도를 비난하는 내용도 1페이지 분량이 넘는다. 메모 중에는 언론과 정치인을 “광란한 히틀러의 하수인들”에 비유하고 “거짓말들을 위시해서 미쳐 날뛴다”는 격한 표현도 눈에 띈다.
해당 메모의 작성 시점은 “첫날은 신 선생 댁에서 지내다가 짧지만 곤한 잠에 휴식을 취했었다”는 내용으로 미루어 유 전 회장이 여비서 신모 씨(33·구속)와 함께 경기 안성시 금수원을 빠져나온 5월 이후로 추정된다. 유 전 회장은 이후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의 별장 ‘숲속의 추억’에 머무르다가 5월 24일 검찰에 은신처가 발각되자 신 씨를 버려둔 채 도주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변종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