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규제 완화로 지방인력 흡수… 대기업 R&D센터 편중 갈수록 심화
연구비 비중 2012년 74% 차지

이 같은 추세는 동아일보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산기협)의 자료로 1995년부터 2012년까지 전국 16개 지역의 △연구비 △연구인력 △R&D 조직 현황 변화를 분석한 결과 나타났다. 수도권의 연구비 비중은 1995년 59.3%에서 2012년에 74.0%로 14.7%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연구인력과 R&D 조직의 수도권 비중도 각각 4.4%포인트와 0.5%포인트 증가했다.
김종훈 산기협 전략기획본부 본부장은 “연구비나 연구인력에 비해 R&D 조직 비중이 크게 늘지 않은 것은 기업들이 지방 연구소를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대기업 연구소의 ‘수도권 러시’
이번 조사에서 경기도의 연구인력 비중은 9.3%포인트 늘어난 반면 경남은 8.6%포인트 줄었다. 2009년 경남 창원시에 있던 삼성테크윈의 연구인력 400여 명이 일시에 서울로 이전한 여파가 컸다.
또 경남 지역 조선업체들이 잇달아 연구 인력을 수도권으로 올려 보낸 것도 영향을 끼쳤다. 대우조선해양은 2011년에 ‘연구 인력은 조선소 곁에 둔다’는 해양업계의 관행을 깨고 경남 거제시 옥포조선소 연구원 절반을 서울로 보냈다.
▼ “지역 거점대학서 고급 인력 키워야” ▼
수도권 남부를 중심으로 R&D벨트가 형성되는 것은 연구인력들이 수도권 근무를 절대적으로 선호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신규나 경력 상관없이 연구 인력들은 보수가 적더라도 서울 인근에서 근무하기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도 “최근 연구인력들 사이에서는 ‘근무할 수 있는 남방한계선은 판교’라는 인식이 공공연하다”고 전했다.
○ 지역 거점대학의 발전이 관건
지역에서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가 지방 연구인력 공동화 현상을 부추겼다고 본다. 이번 분석에서 수도권의 연구개발비 비중은 2008년에 69.9%까지 줄었지만 2012년에는 74.0%로 치솟았다. 송부용 경남발전연구원 박사는 “2009년에 수도권 규제합리화 조치가 있었고, 2011년에는 첨단 R&D 업종을 포함한 대폭적인 추가 완화까지 이뤄지면서 지방의 R&D 기능이 급격히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으로 R&D 기능을 비수도권에 묶어둬야 하는지는 논란거리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신성장동력을 찾으려면 다양한 기술의 융·복합이 필요한데 비수도권에 R&D 인력을 통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새로운 분야의 연구인력을 뽑아도 지역으로 내려가는 것을 꺼려 결국 수도권을 중심으로 인력을 모은다는 것이다.
송 박사는 “정보기술(IT) 분야의 연구 기능이 도심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지역의 생산 기능과 함께 있어야 효율적인 연구 분야도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와 항공기술 분야는 경남 사천과 전남 고흥을 중심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향후 지방의 공공기관 이전이 완료되고 혁신도시가 활성화되면 지역 특성에 맞는 연구 기능이 형성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